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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Mar 31. 2020

코로나-19 사태에 대학원생

똑같지만 다른 일상.

  Get use to the unusual.


  코로나-19로 전 세계에 비상경보가 울리고 있다. 하지만 나의 삶은 안녕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외출 자제, 마스크 착용, 그리고 손 자주 씻기. 익숙하지 않았던 상황에 익숙해졌다. 조금은 씁쓸하다.


  연구실이 조용하다. 교수님이 자유로운 재택근무제를 선택하셨기 때문이다. 연구실 출근을 원한다면 본인 자리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식사 시간에도 서로 거리를 두며 밥을 먹어야 한다. 매주 진행하는 랩 미팅도 원격으로 변한 지 오래다. 매일 봤던 사람들을 화면상으로 보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본다.


  "별일 없니? 가족들은 괜찮니?"


  봄이 조용하다. 생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봄에 연구실에 엉덩이를 오래 붙이지 못한다. 연구실 책상보다는 현장에 가야 한다. 하지만 왠지 이번 봄은 현장에 가기가 꺼려진다. 완연한 봄이 되기 전, 현장을 방문하고자 결정한 날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중에 눈이 가는 뉴스 제목이 있었다. 전날 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없었던 나의 연구 지역에 확진자가 생겼고 늘 가던 식당가에 확진자가 들렸다는 내용의 뉴스였다. 하필 그 날은 두 명의 학생이 나를 도우러 같이 현장에 가는 날이었다. 나로 인해 그들에게 리스크를 주고 싶지 않았다. 한 참을 고민 끝에 교수님께 현장에 가지 않겠다고 연락했다. 연구보다 건강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집이 조용하다. 재택근무는 출근 준비와 출/퇴근 이동 시간이 없어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막상 재택근무를 경험해 보니 부담감이라는 단점도 숨어 있었다. 연구란 안타깝게도 늘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처럼 연구가 진행된다면 나를 의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여하튼,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집에서 연구가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으니 ‘집에서 논다고 못 했나 봐’라는 꼬리표가 따라오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조금 더 집중하여 연구를 할 수 있었지만 마음이 무겁다 보니 집 공기마저 무거워졌다.




  최근 현관문 잠금장치 배터리가 다되었다는 알람음이 울렸다. 가까운 마트에 배터리를 사러 걸어가는데 집 앞 작은 공원에 이용객이 그렇게 많은 모습은 처음이었다.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만 재난영화 찍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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