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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Dec 10. 2021

대학원생의 수업 시간

자리 비움.

  학부 시절 나는 그날의 첫 강의 시작 시각에 맞춰 학교에 갔다. 학교에 일찍 도착해도 딱히 할 것도 있을 곳도 없어 일찍 학교에 갈 필요가 없었다. 시간표도 최대한 강의와 강의 사이에 빈 시간이 없도록 수강 신청을 하여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강의가 빨리 끝나 친구들과 놀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학교에 도착하면 두꺼운 서적을 사물함에서 꺼내 강의실에 들어가 친구들을 기다렸다. 강의실에서는 친구들과 모여 앉아 시간으로 따지면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았으면서 끊임없이 이야기 나눴다. 교수님이 들어오시면 출석 체크를 하셨고, 누군가 알려주는 책 페이지를 펼쳤고, 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하셨다. 나는 앉아서 딱히 하는 게 없었다. 책에 필기하고, 밑줄 치고, 옆자리 친구를 콕콕 찔러 노트에 적힌 ‘오늘 점심 뭐 먹어?’ 정도의 글을 팬으로 가리키는 게 다였다.      


  대학원에 들어오니 학교에 내 자리가 생겼다. 강의가 없는 시간에도 출근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표를 짜는 의미가 없어졌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없게 되니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다양한 시간에 걸쳐 강의를 들었다. 강의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내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것뿐이었다.      


  강의실의 느낌도 사뭇 학부 시절과 달라졌다. 두꺼운 서적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고 무한한 이야기를 나눌 친구들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같은 학과 친구들이 아닌 다양한 학과에서 다양한 직업군을 갖는 사람들이 강의실 자리를 채웠다. 수업 중 가끔 들리던 ‘이거 시험에 나와~’라는 소리도 못 들은 지 오래다.   

   

  박사를 수료한 이후 강의를 들을 일이 없어졌다. 해야 할 때는 그렇게 다른 건물 강의실에 가는 것을 싫어하고 귀찮아했는데 또 할 수 없게 되니 잠깐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그리워졌다. 아마 잠깐 내 연구에서 벗어 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생긴 것을 그리워하는 것이겠지?




  과제와 중간/기말고사를 다시 떠올려보면... 수료한 지금이 역시 더 좋은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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