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isummersea May 21. 2021

웨딩드레스를 입지 않겠습니다

대학원생의 결혼.

  웨딩드레스 로망이 없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여주인공이 원형 단상 위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단아하게 서 있으면 샵 직원이 커튼을 젖혀준다. 조명이 여주인공을 비추고 남주인공은 아름다운 여주인공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은 표정을 짓는 장면이 나온다. 뭔가 아름답게 꾸며진 장면으로 인해 내가 그 여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몇 번 해본 적이 있다. 애석하게도 잘 그려지지 않았다. 어깨선이 드러나는 드레스, 허리가 잘록한 드레스, 등이 파인 드레스, 몸 선을 모두 보여주는 드레스... 모두 이상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더는 웨딩드레스를 입는 상상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느새 지인들이 결혼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결혼식에서 신부는 정말 아름다웠다. 아름답지 못한 신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환한 미소를 머금는 신부의 표정이나 긴장하며 입장하는 신부의 행동이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혹은 살랑살랑하게 만들었다. 웨딩드레스의 아름다움에 감동하지는 않았다. 그제야 내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상상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로망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만의 작은 결혼식. 결혼식에서 신부 혹은 신랑과 이야기 나누기란 쉽지 않다. 결혼식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을 때 그리고 식사 중에 잠깐 신랑 신부가 테이블에 들렸을 때야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형식적인 말뿐이다. 나와 남편은 결혼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갖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결혼식에 초대할 수 있는 사람에 제한이 걸렸다. 의도하지 않게 누구는 초대하고 누구는 초대할 수 없다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힘들었다. 즐거워야 하는 결혼에 이런 힘든 과정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남편에게 내 생각을 전했다.

 

  “이렇게 우리가 결정해서 서운한 사람이 생길 바에야 아무도 초대하지 말자. 가족만 초대하자. 어때?”


  결혼식보다는 결혼을. 나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고 싶었던 것이지 결혼식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다행히 양쪽 가족 모두 우리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결혼을 준비하니 즐거웠다. 가족들끼리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주고받는 것도 없었다.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닌 친한 사람들과 자리를 만들어 같이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셨다. 웨딩드레스 샵을 고르고 웨딩드레스를 피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인터넷에서  원피스를 구매했다. 왕년에  강사셨던 엄마의 재능기부로 아름다운 부케와 코르사주를 선물 받았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얻는 모든 노고를 준다는 신혼여행 비행기표도 예매하지 않았다. 피곤할 일도 없었고 해외는 언제든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와 남편은 꽃이 활짝 피는 4월에 성당에서 가족 14명과 신부님 그리고 혼인성사에 도움을 주시는 성당 분들  분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결혼,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다.


  "그렇게 결혼한 거 후회하지 않니?"


  엄마는 자신의 딸이 보통의 결혼식을 하지 않아 속상해하지 않을까 걱정하셨다. 웨딩드레스도 입어보지 못하고, 스튜디오 촬영도 하지 않고, 그리고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으니... 평범한 것 하나 없는 나를 걱정하셨을 만도 하다. 하지만 나는 늘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응, 후회 안 해." 1년이 지난 다음 파란색 한복을 구매해 그리스로 신혼여행을 갔다. 그리스에서 찍은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 엄마에게 보여주니 그제야 마음이 놓인 소녀소녀 한 엄마였다.




  "맞다. 너 결혼했었지? 동거하는 거 같아."

  "너흰 왜 계속 연예하는 거 같지?"

  친구들에게 결혼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 가끔 듣는 말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대학원생, 학부생과 다른 게 뭔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