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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Feb 06. 2020

너는 언제 졸업해?

그런 건 물어보지 마세요. 

  "너는 언제 졸업해?"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정말 많이 들어본 질문이다. 친구, 가족 할 것 없이. 심지어 한 사람은 만날 때마다 묻기도 했다. 밥 먹었어? 식의 가벼운 질문일 수 있다. 자주 듣는 질문이지만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늘 머뭇거린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건 내가 제일 궁금해. 난 언제 졸업한다니? 


  도대체 대학원생들은 언제 졸업할 수 있는 걸까? 대학원생들도 대학생들처럼 채워야 할 학점이 있다. 수업 형식은 비슷하다. 매주 과제가 있는 수업도 있고 중간·기말고사를 본다. 학점을 다 채우면 석사·박사 과정을 "수료를 했다."라고 한다. 수료를 했다고 졸업을 시켜주지 않는다. 대학원생들의 꽃! 논문을 제출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 논문. 논문이 문제다.


  논문도 자격이 있어야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래서 모든 대학원생은 '논문 자격시험 (논자시)'를 본다.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2학기 이후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3학기쯤 논자시를 본다. 논자시의 질문들은 학과 교수님들이 제출하고 평가한다. 질문은 전공 관련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서술형으로 작성하면 된다. 논자시 결과는 몇 주 뒤에 받아 볼 수 있다. 합격을 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하면 된다. 불합격을 하면 찝찝한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하고 다음 학기에 논자시를 다시 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자격이 있어야 논문을 작성할 수 있으니까...


  논문을 쓸 자격이 있는가? 그렇다면 논문을 심사해야 한다. 대학원생들은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대부분 본인 연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논문이 어느 정도 형식이 잡혔다면 지도 교수님과 상의 후 석사과정생의 경우: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 1분, 박사과정생의 경우: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 3분을 초청하여 논문 심사를 몇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심사를 통해 논문을 수정·보완한다. 심사해준 분들이 논문을 인정해 주면 '인준지'라는 곳에 싸인 혹은 도장을 찍어주신다. 그 인준지가 어찌나 소중하던지... 그 후, 논문을 학교 규정에 맞게 편집·제본하여 학교 도서관에 제출하면 된다. 졸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쉽다면 다들 졸업을 금방 하지 않을까?


  졸업 논문의 기준이 다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즉, 학과 혹은 교수님이 원하는 논문의 개수를 채워야 졸업할 수 있다. 석사과정은 대부분 기대하는 논문 개수가 1편일 것이다. 그래서 석사과정생은 평균적으로 2-2.5년 안에 졸업을 한다. 하지만, 박사과정은 그 기준이 너무 다양하다. 내가 속한 연구실은 SCI Q1 급 논문이 3편 있어야 졸업할 수 있다. 외계어다! 풀어 말하자면 영향력 높은 (Q1) 해외 학술지(SCI)에 논문을 제출하고, 학술지 평가원들에게 인정을 받고, 종이로 인쇄된 논문이 3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박사과정생의 졸업 시기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A 박사님은 졸업까지 3.5년이 걸렸고, B 박사님은 10년이 걸렸었다. 머리가 좋고 나쁨이 아니라 졸업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가장 졸업하고 싶은 사람은 본인들이다. 짧게 글을 작성해 간단해 보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절대 그렇지 않다. 예를 하나 들자면: 심사위원의 질문에 요동치는 심장을 가다듬고 논리적으로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defense'라고 한다. 심리적인 압박이 어느 정도면 '방어'라는 단어를 사용할까 조금은 짐작이 가는가? 그러니 언제 졸업해? 보다... 흠, 사실 어떤 질문을 받고 싶은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이 질문만은 피해 줬으면 좋겠다.




  나는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리고 해외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언니가 있다. 국내에 있으면 아무리 타지에 살아도 힘들면 친구와 부모님을 보러 갈 수 있다. 해외는 그렇지 못하다. 한국에 오는 항공료만 100만원대이다. 모든 유학생을 존경한다. 모두 하는 일이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한 번 만에 자료수집에 성공하고 예상한 것처럼 분석 결과도 나왔으면 좋겠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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