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쓰는 마음

진심 중에서도 진심입니다

by 선여름


[여름에 적어뒀던 편지를 겨울에 부치게 되었네요. 이렇게라도 말할 수 있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혼자 적었던 적이 있다.

물론 수취인 불명.

당연하게도 닿지 않은 편지.

지금껏 부치지 못한 편지가 마음속 한가득이다.

매일 혼자 되뇌고 생각했던 말들을

망설임 없이 다 전했다면

지금까지 수백 통은 넘게 편지를 부쳤겠다.


나는 누군가를 생각할 때

마치 그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이

머릿속으로 말을 건네는 특이한 습관이 있다.


그렇게 넋두리처럼 편지를 쓰고 나면

약간의 후회가 밀려오곤 한다.

부치지도 않은 편지인데

왠지 전해졌을 것 같아서 부끄럽고

기분 좋게 볼이 달아오르기도 한다.

마치 답변을 받은 사람처럼 말이다.


늘 그렇게

초고 같은 편지를 써두곤

내 품에서 잘 떠나보내지 않는다.


나에게 편지라는 건

최종적으로 펜을 들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그 대상 만을 네댓새쯤,

길면 몇주일 전부터 오롯이 생각하며


그 마음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가

해주고 싶은 말을 열심히 고르고 골라서


다듬고, 다듬고 또 생각하고

그 감정이 팡 터질 듯이 차올랐을 때

비로소 써 내려가는 글이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떠올려보면 과하거나,

지나치게 사랑이 넘친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결국 그게 진짜 전하고 싶던 마음일 테니

한가득 전하고 후회는 없기로.


그 수백 통의 머릿속 편지를

다시 다 꺼내 모아놓고

그중에서도 양지(陽地) 같은 문장들만을

겨우 한통으로 압축시켜서 쓴 편지들.


편지를 쓰는 일을 너무 좋아하지만

너무 좋아해야만 씁니다.


혹 저에게 편지를 받으셨다면

제가 긴 시간 온전히 생각하다

온 마음을 드린 것이므로

부디 소중히 간직해 주세요.

저도 그렇게 전한 마음들은

오래 잊지 않고 자주 떠올리곤 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진심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