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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룸어빌리티 May 14. 2021

짜증스럽다

#한단어일기

짜증스럽다: 상황이나 사람 등이 마음에 들지 않고 거슬려 기분이 언짢다.


아주 자잘하고 사소한 일도 마음에 거슬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 있다.

그럴 땐 이 짜증과 우울감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를 소상히 적어본다.


- 오늘 하루 내가 하는 일에서 그렇다 할 진척이 없었다. 그 와중에 팀원들은 일을 척척 해내고 매니저에게 아주 좋다는 칭찬까지 받아 괜히 시기가 나고 초조해졌다.

- 나와 함께 일을 하는 바다 건너 외국 팀원들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에 불안하고 우울하다.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페이스가 빠르다 보니, 그에 맞춰 요청한 분석의 기한을 제안했는데 (결국 합의점을 찾긴 했지만) 살짝 어이가 없다는 말투나 예전만큼 나의 업무메일에 적시 회신이 오지 않음에서 방어적인 게 느껴져 기분이 좋지 않다.

- 평소에 격의 없이 우스갯소리를 해 좋다 생각해온 매니저가 오늘 입은 옷은 잠옷이냐며 툭 던진 장난이 괜스레 맘에 남는다.

- 배고픈 상태로 저녁으로 떡볶이를 먹으러 갔는데 저녁 직전 과자를 잔뜩 먹은 동갑내기 후임이 떡볶이를 2인분 시키려는 나에게 "1인분만 하자 나 배 안 고파"라고 한 말이 별 것도 아닌데 짜증이 났다. 결국 떡볶이는 남았고, 방만하게 음식 주문하는 걸 나 또한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배고픔에만 집중하고 나의 의사를 묻거나 고려하지 않은 후임의 무례함에 짜증이 났던 걸 테다.

- 동갑내기 후임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평소에도 자신의 감정에 따라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느껴 썩 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도중에 큰 목소리로 끼어들어 대화를 낚아채는 것도 유쾌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 집이 잘 산다는 매니저의 농담에 말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내심 좋아하며 결코 거부하는 법은 없는 모습도 (너무 가혹한 표현일 수 있지만) 위선적이라 생각했다.

- 후임에게 짜증이 났던 말들이나 행동으로부터 나는 결백한가 생각할 때,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나도 같은 지적을 받은 적이 있음이 머리를 스친다. 자괴감이 들고 짜증은 증폭된다.

- 나는 속이 좁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인 건가 싶어 짜증이 서러움이 된다. 나의 아주 친한 친구 중 몇몇처럼 나도 자존감 높고 매사에 긍정적인 맘에 여유가 있는 멋진 사람이고 싶은데 그게 또 쉽지 않아 우울하다.


역시 글로써 한껏 토해내고 나면

머리도 마음도 정리가 된다.


몸이 거덜 나서 마음이 좁아지는 것일 수 있음을.

이러한 짜증과 우울이 나를 삼키지 않게,

몸맘을 지키는 내일을 맞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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