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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soda Feb 23. 2017

타이완 여행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 #1

타이완에 여행을 가는 건 두 번째다. 이 년 전에 처음으로 여행을 갔을 때에는 출장으로 몇 번 다녔던 경험 때문에 그다지 내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막상 가보니 밥도 맛있고 경치도 좋고, 다음 날에 또 밥도 맛있고 경치도 좋고……, 했던 덕분에 이번에는 그렇게 망설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5박 6일의 일정으로 다녀왔는데, 원래 4박 5일로 가려다가 앞에 하루를 더 붙였다. 인천공항이 멀다 보니 아침 비행기를 타려면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데, 그 정도의 숙박비를 줄 거라면 차라리 타이베이에서 비슷한 가격의 호텔을 예약하고 저녁이라도 먹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해서다. 공항 근처의 모 디자인 호텔을 몇 번 이용해 봤는데, 갈수록 룸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 같아서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기도 하고.

비행기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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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시각은 7시 20분경.

그러나 중국과 일본에서 비슷한 시각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있는지 입국심사 줄이 엄청나게 밀렸다. 어느새 이곳에도 얼굴 사진과 지문 찍기가 생겼고, 그 탓에 훨씬 더 대기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 슬슬 짜증이 나려는 참에 옆줄에 선 사람들이 빠르게 바뀌는 것 같아서 슬쩍 봤더니, 웬 직원이 하나 달라붙어서 줄을 두 갈래로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아마 중국에서 온 사람들을 다른 줄로 쏙쏙 빼내 주는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앞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 같았는데, 사람들이 많이 밀리니까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리라 생각은 하지만 줄 하나에만 적용되는 편의적인 시스템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똑같이 중국에서 왔는데 내 앞에 선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그쪽으로 오라고 인도하지 않았으니까.


어쨌든 자기 동행을 부르느라 내 머리를 손으로 친 여자와 캐리어를 뒤쪽으로 길게 늘어뜨리면서 사람을 괴롭히던 남자분보다는 빨리 통과할 수 있었는데, 소소하게도 그런 게 조금 고소하고 기뻐서 나도 참 쪼잔하고 어리구나 싶었다. 

 

타이완에서 쓸 포켓 와이파이는 여행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해 두었다. 전에도 이용했던 국내 사이트에서 예약하려다 가격이 더 비싸서 망설였더니 그 며칠 사이에 매진이 되었더라고. 6일에 NT$600이고 예약 시에 카드로 결제해 두었다. 게이트에서 나와서 오른쪽 끝으로 가니 붉은색 간판이 보였고, 예약번호와 신용카드를 제시하니 포켓 와이파이를 주더라. "이 버튼은 누르지 마세요. 리셋돼요"라는 주의사항을 들었는데 너무도 쉽게 눌러질 것처럼 생겨서 살짝 긴장했지만 동행이 아무렇게나 들고 다녔는데도 별 지장은 없었다. 그리 쉽게 눌려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첫날 숙소는 동먼 역 근처에 있는 체인 호텔이라는 곳이었다. 계획을 세울 때에는 공항버스와 MRT를 이용하여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호텔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딘타이펑 본점의 영업시간이 21시까지라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화살표를 따라 도착 플로어의 반대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택시 승강장이 보였고, 밖으로 나가니 일하시는 분이 미리 행선지를 물어보았다.  호텔 지도를 보여주자 들고 있는 종이에 행선지와 승객 수 등을 기입하고, 우리가 탈 택시가 도착하자 우리 대신 행선지를 전달해 주었다. 가끔 정액으로 가는 택시도 있는 모양인데, 우리는 미터기로 갔고 요금은 NT$1,195. 무척 친절한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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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딘타이펑으로 향했다. 20시 23분에 도착했고, 약간 기다리기는 했지만 저번에 왔을 때보다는 훨씬 대기시간이 짧아서 40분 좀 넘어서 들어간 것 같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영업시간이 21시까지인 게 아니라 라스트 오더가 21시인 모양이라, 무사히 주문을 끝낸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라스트 오더를 받으러 따로 오기까지 했다. 오이 절임은 품절이라 주문하지 못했고, 우육탕과 새우 볶음밥, 군만두, 돼지고기 소룡포와 수세미가 든 새우 소룡포를 주문했다.

맛있는 식사!

요즘 면을 잘 먹지 않아서 우육면이 아니라 우육탕으로 주문했는데, 오히려 면보다 훨씬 맛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물도 많고, 안에 들어있는 채소와 고기도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군만두도 즙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촉촉했고, 수세미가 든 새우 소룡포는 채소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이라 일반 소룡포와는 또 다른 먹는 재미가 있었다. 그냥 소룡포도 물론 맛있었고. 타이완 맥주 한 병 시켜서 배부르게 먹은 금액은 NT$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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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은 후에 패밀리 마트에서만 판다는 18일 맥주를 사러 갔다. 여기저기서 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평범한 맥주처럼 팔고 있었다. 다른 패밀리 마트에 들렀을 때도 보았으니, 지금쯤은 그리 구하기 힘들지는 않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금방 따서 마셨을 때 고소한 맛이 많이 느껴져서 나름 왜 다들 맛있다고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굉장히 엄청나게 맛있지는 않았다. 술맛 모르는 나에게 맥주는 다 거기서 거기다. 좀 더 맛있고 좀 덜 맛있고 단지 그 차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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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너무 좁다는 평이 많았기에 가장 싼 방보다는 하나 더 넓은 방으로 선택했다. 그 덕분인지 그다지 좁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다만, 드라이어가 10초도 안 되어 꺼졌다가 한참이 지나야 다시 켜지는 것이 무척이나 불편했는데, 아침에 체크아웃을 할 때 프런트에 이야기했더니 뜨거워져서 꺼지는 거라며 그게 정상이라고 했다. 드라이어가 무척 작고 10초도 안 되어 엄청나게 뜨거워졌던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드라이어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결국 수건으로 열심히 닦아도 머리를 다 못 말렸는데, 다음 날 새벽 4시쯤에 눈이 번쩍 떠져서 머리카락을 만져 보았더니 여전히 축축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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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도 시간에 여유만 있다면 하루 일찍 넘어오는 편이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 근처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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