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이케아 지갑이 명품이 되는순간

내 안목이 명품이니까

by 여름별아빠

며칠 전, 백화점 근처로 볼일이 생겨 간 김에 겸사겸사 오랜만에 백화점을 들렀다.


때마침 며칠 후가 크리스마스인지라 오래전부터 아내에게 약속했던 지갑을 이참에 사주기로 했다. 아내는 결혼할 때 내가 사줬던 낡은 지갑을 오랜 기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로 할게 “


“ 어, 알겠어”


백화점 명품매장 바깥에 있던 내가 주섬주섬 허리춤에 있던 이케아 키링 동전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아내에게 건네주었다.


명품매장 바깥으로는 쇼핑을 하기 위해 대기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고, 인원제한으로 인해 아들과 나는 매장 안으로 들어설 수조차 없어, 바깥에서 계산을 위한 카드신호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계산을 끝내고, 쇼핑백을 손에 든 채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면서 허리춤에 있던 이케아 동전지갑을 딸아이에게 보여주며, 농담 삼아 말했다.


”엄마 카드지갑 하나로 아빠지갑 600개 넘게 살 수 있겠다. “


그 말에 9살 딸아이는 까르르 넘어가며, 웃었다.


그렇게 천원짜리 이케아 지갑에서 꺼낸 카드로 명품지갑이 결제되는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것이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늘 내게 해주셨던 말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공짜 좋아하지 말고, 누가 선물 준다고 마냥 좋아하지 마라. 받을 땐 좋지만 너도 언젠가 다 갚아야 되는거고, 그게 마음의 빚이 되는거다.”


라고 늘 말씀하셨다.


직장인이 된 지금, 직업특성상 현장을 조사하는 업무가 많다. 하루는 늘 같이 업무를 수행하며, 도움을 많이 주신 친한 NN선배가 함께 출장 중에 내게 말했다.


“오늘은 꼭 그란데 사 먹어. 내가 지금 주문한다.”


“아니요, 숏으로 주문해 주세요!!”


“아니 너는 꼭 내가 살 때는 숏으로 먹더라. 오늘은 그냥 그란데 먹어!”


그냥 단순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도 순간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그건 어릴 적 엄마의 말씀이 걸려서인지도 모르고, 늘 고마웠던 선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날은


‘다음에는 내가 벤티를 사 드려야지’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선배가 사주신 그란데 커피를 그냥 맛있게 마셨다.


내 안목이 명품이니까


그런데 그 일들 이후 문득 생각을 해보니, 4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정작 나는 명품매장에서 물건을 사 본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산 물건들이 명품(?) 비슷하게 되어 버린 적은 있었다.


10년 전, 엄마가 이직을 축하하며, 가방을 사라고 돈을 주셨는데 ‘무얼 사야 오래 쓸 수 있을까’하며, 몇날며칠을 고민하며, 샀던 가방들이 있었다.


그 가방들은 바로 그때는 별거 아닌 가방이었을지 모르겠지만, 훗날 영포티(?)의 상징이 된 일본브랜드 포터 가방이었다.

10년 전, 엄마가 선물로 사주신 포터가방


그런데 10년 전 10만원대 후반에 구매한 서류가방과 20만원대 중반에 산 백팩은 디자인의 변화도 없이, 지금은 어느새 리셀러샵에서 4 ~ 6배가량 뛰어버린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이제는 모셔둬야 할 정도로 뛰어오른 가방가격 (출처 : KREAM)


이쯤되면 지금까지 막 쓰던 저 가방들을 마치 명품백 보관하듯 더스트백에 가두어 보관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다 보니, 점점 저 가방들을 모셔두기 시작하며, 또 다른 가성비 좋은 경량백팩을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렇게 구매했던 가방녀석 또한 1년 사이에 가격이 30%나 뛰어오르며, 품절사태를 겪고 말았다.


이렇듯 가성비 좋은 물건들을 찾아다니면서, 그 물건들이 마치 주식처럼 상한가를 칠 때면 나도 모를 희열을 느낄 때도 있지만, 또 어딘가 모르게 그런 물건들만 찾아다니는 내 마음 한구석이 짠한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 또한 금세 또 지나갔다.


왜냐면,


“내 안목이 명품인 거니까 “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손이 자유롭고, 몸이 가벼운 걸 좋아해 지갑을 들고 다닌 적이 손에 꼽을 정도고, 지금도 가방 대신 주머니에 물건을 넣어 다닐 수 있는 카고바지를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그렇게 가벼워진 몸처럼, 마음도 자유롭고, 가벼워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크리스마스 감성 코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