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똥강아지가 오늘 졸업을 했다.

아들의 특수학교 졸업식

by 여름별아빠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선생님의 축하말씀과 함께 우리 똥강아지가 졸업장을 받았다.


쭈뼛쭈뼛 일어서 졸업장을 받는 모습은, 마치 시상식에서 본인이 수상할 줄 모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수상자의 모습처럼 어설펐지만, 나는 우리 똥강아지의 그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나왔다.



우리 집 똥강아지

우리 집은 똥강아지의 사전적 의미처럼 귀여운 아이들에게 애정을 담아 똥강아지라고 자주 부르고 있다.

특히 우리 부부는 아들을 골든레트리버처럼 큰 똥강아지라고 부른다. 이유인즉슨 아들은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도 언제나 차에 탈 때마다 뒷좌석에 앉아 창문을 열고 바깥바람 맞는 것을 즐기곤 한다. 흡사 그 모습은 차량 뒷좌석에서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동차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골든레트리버 같다. 그만큼 아들은 순수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바람 쐬는 우리 큰 똥강아지^^


특수학교 졸업식 풍경


그런 우리 큰 똥강아지가 오늘, 특수학교에서 초등학교 졸업을 했다.


특수학교 졸업식 풍경은 일반 학교 졸업식과는 사뭇 다르다. 초등, 중등, 고등, 전공과 과정 학생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졸업식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학생들은 같은 학교, 같은 장소에서 최대 네 번의 졸업식을 하기도 한다.

또 장애인 주차증을 부착한 수많은 차량들이 좁디좁은 학교 주차장에 모이는 것도 평소 일반 학교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다른 풍경이다.

하지만 이런 주차장 풍경은 평소 특수학교에서는 등하교시간에 늘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매일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울 때나 더울 때나 귀여운 똥강아지들의 학업을 위해 노력한 부모님들의 사랑이 오늘 다시 이 졸업식 주차장에 모인 것이다.



처음 맞이하는 졸업식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2월 특수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교를 입학할 때였다. 그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아이들은 바깥 어디도 제대로 가보지 못하고 온종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 시기였다. 그렇기에 어린이집 졸업식은 고사하고, 초등학교 입학식 또한 취소되고 말았다.


졸업사진과 졸업장은 어린이집에서 우편으로 전달받았다. 졸업사진 속 아들의 표정은 마치 이 슬픈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미소는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너무 슬퍼 보였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처음 맞이하는 졸업식에 우리 가족 모두 아들을 마음껏 축하해 주며, 기쁨을 함께 누리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아들은 그 축하에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힘든 날도 많았지만


여기까지 오는데도 아들은 여러 관문을 거치며, 어렵게 어렵게 왔다. 세 살 때 가정어린이집부터 시작해서 일반어린이집, 특수어린이집, 그리도 또 특수어린이집,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특수학급의 경험, 또다시 특수학교로의 전학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1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아들과 우리 가족은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천천히 성장했다.


특수어린이집을 다닐 때 장애판정을 받아 눈물을 쏟았고, 일반초등학교에 다닐 때도 그랬다.

학부모 운영위원회에 소속되어 아들과 학교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특수학급 증설을 위해 투쟁하고, 국민신문고에 제안도 여러 번 했었다. 학부모들의 노력 덕분인지, 이듬해, 교육청에서는 특수학급을 3 학급으로 증설을 해 주었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특수학급이 증설되던 그 해, 일반 초등학교의 성장속도를 더 이상 아들이 따라갈 수 없게 되자,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전학을 가기 며칠 전, 마지막 학교운영위원회를 참석했었다. 그날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말을 잇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흘렸다. 그저 아쉬움의 눈물이었던 것 같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 처음으로 용기 내어 라디오 사연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냥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을 온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기대하지 않고, 별생각 없이 보냈던 라디오 사연이 놀랍게도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라디오를 듣는 순간 흘러나오던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대로 달릴 수 없어 갓길에 세워 한참을 흐느꼈던 것 같다. 그동안 누구에게 말하지 못했던 깊은 속마음을 공감해 주는 것 같아 눈물을 한참 흘렸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들이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로 전학 가게 된 아쉬웠던 내 속마음을 다른 학부모님들 앞에서 끝내 숨기지 못하고, 들킨 것 같은 부끄러움의 눈물이었다.


그러나 눈물은 언제나 금세 마르는 법, 그 또한 아들의 마음이 정착되고, 편안한 미소를 짓게 되니 우리 가족 또한 그 편안함에 금세 적응이 되었고, 눈물의 흔적도 금방 지워져 버렸다.

(좌) 1학년 (우) 2학년
(좌) 3학년 (우) 4학년
(좌) 5학년 (우) 6학년


이제 시작일 뿐


그리고 이제 졸업을 했다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글쓰기로 표현하면 작은 문단 하나가 끝났을 뿐이다.

초등학교 졸업식이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들은 초등교육과정이 끝난 것이다. 이름도 그대로인 학교에, 같은 반 친구들 또한 올해도 대부분 함께 시작할 것이며, 3년 후엔 고등교육과정을 함께 할 것이다.

어쩌면 3년 후에도, 또 3년 후에도, 그리고 2년 후에도 같은 학교, 같은 장소에서 우리는 또다시 한자리에 모여 졸업을 축하할지도 모른다.

혹 세상이 원하는 속도를 못 낼지언정, 귀여운 똥강아지들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즐겁게 웃으며, 마음 편하게 학창 시절을 보내면 더 바랄 나위 없을 것 같다.




“우리 집 똥강아지! 수고했어! 졸업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