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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낭만케이블카

닮지 않아도 맞지 않아도 함께라서 좋은

by 여름햇살

심심했다. 낭만포차에서 저녁을 먹고 어슬렁거리다가, 반짝거리며 머리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를 보고는 타 보기로 했다. 케이블카는 그 자체로도 구경거리였다. 반짝이는 물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왔다 갔다 하는 게 예쁘기도 하고 마치 특별한 임무를 띈 물체들의 행진처럼 보이기도 했다.


굳이 케이블카를 타고 싶었던 건 아닌데 즐길 줄 모르는 두 부부가 아직 체력은 남아 있고 할 일은 없었다. 오동도 입구 주차타워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로 올랐다. 주차장 어르신이 엘리베이터 타는 곳을 안내해 줬다. 케이블카나 야경보다도 엘리베이터 위의 세상이 궁금했다. 11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그곳은 야간에 더 특별하게 보였다.

남편이 무인발권기 앞에 서서 망설임 없이 표를 샀다. 나는 줄이 길지 않으면 매표소로 가는 편인데 남편은 이런 기계를 잘 이용한다. 난 아직 사람이 편하다. 요금표를 보니 일반케이블카와 크리스털케이블카 두 종류가 있었다. 어라, 남편이 묻지도 않고 발권을 끝냈다.

"뭘로 했어."

"케이블카."

보니 크리스털이었다. 나는 겁쟁이라 케이블카는 어찌어찌 타는데 바닥이 투명한 건 왠지 오금이 저린다. 남편은 정말 손과 머리가 동시에 움직인다. 하지만 어떻게 안 읽어 보고 발권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좋은 점도 있긴 하다. 여행 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생각만 하는 나는 결국 못 가는 일이 많은데 남편은 '여행 가자'하면 바로 비행기표 알아보고 숙소까지 예약한다. 덕분에 작년에 여행을 참 많이 다닐 수 있었다. 나 혼자 가려고 했으면 아마도 연말에나 한 번 겨우 떠났을지도 모른다.

이번 여수여행도 "차 가지고 여행 갈까"라고 말만 꺼냈는데 남편이 바로 배편을 예약하는 바람에 걱정을 뒤로하고 결국 오게 됐다.


"괜찮아, 남편. 내가 바닥은 안 보면 돼."

우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곳은 지산공원, 케이블카는 지산공원과 돌산공원을 연결한다. 그래도 케이블카를 타니 잠시 설렜다. 불빛 반짝이는 도시와 반짝이는 그 빛에 물든 바다를 건넜다. 나는 바닥은 보지 않았고 남편은 바닥을 봐도 깜깜해서 별 볼일 없다며 실망했다. 밤에 타는 게 더 좋다고들 하던데 활기 넘치는 낮의 도시를 보는 것도 좋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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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공원에 도착했다. 낮에 갔다가 비가 쏟아져서 내리지도 못하고 돌아왔는데 밤에라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공원을 걸었다. 포토존도 있고 조형물도 있었지만 남편은 찬찬히 볼 줄 모른다. 나는 뭘 보든 좀 오래 봐야 보이는데 남편은 반대다. 우스운 건 그렇게 찬찬히 본 나보다 남편이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내가 눈썰미가 없는 건지. 사람은 모두 다르게 태어나는 게 맞다. 돌산공원도 야경명소다. 돌아오는 케이블카는 탈 때의 설렘까지 빠지니 더 심심했다. 편도 15분 이라는데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이제 이런 설렘을 느낄 나이가 지난 건지. 그렇게 지루할 즈음 어느 배에서 불꽃이 솟아올랐다. 케이블카에서 보는 불꽃놀이는 신선했다. 내려서도 한참 이어지는 불꽃놀이를 끝날 때까지 구경했다. 마지막을 불꽃이 특별하게 마무리해 주어서 즐거웠다.


공원에는 카페도 있고 전망대도 있었다. 낮에 가서 커피 마시고 식사도 하고 케이블카 외의 다른 공간을 즐기며 종일 놀아도 좋을 듯했다. 내 생각엔 야간 케이블카는 밑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승자인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내려오니 나이 든 부부여행객이 탑승하는 곳을 못 찾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야간이라 주차장 안내 어르신이 퇴근한 모양이다. 우리도 안내하는 분이 없었으면 헤맸을 것이다. 알려드리고 나왔다.

닮지 않아도 맞지 않아도 함께라서 좋은 우리의 여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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