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군인이 되겠다고 합니다

엄마의 기도

by 여름햇살

초라도 켜서 빌어주자. 딸이 훈련소에 들어가는 날 절에 가는 언니를 따라나섰다. 연락도 안 되는 곳에서 단체훈련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에 머리카락이 서는 느낌이었다. 제발 안전하고 건강하게 있다 오라고 간절히 빌었다.


아이 둘을 대학에 보낸 이후 특별히 아이들 걱정은 하지 않았다. 수능 보고 대학합격소식 들을 때까지 초를 켜고 간절히 빌었고 소원을 들어주심인지 그렇게 운명 지어진 것인지 공부를 한 자식도 안 한 자식도 자기 수준에 맞는 대학에 들어갔다. 오랜 짐을 벗듯 나는 가벼워졌다. 아무것도 모르던 이십 대에 엄마가 되어 내 인생도 아직 모르겠는데 아이들 인생까지 둘러업었으니 양어깨가 무거웠다. 고등학교를 졸업시켰고 이제 내 아이도 어른이 되었으니 부모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한 것 같았다.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는 것. 당장 내게 무슨 일이 생겨도 내 아이는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라는 뜻, 마음이 놓였다.


코로나시기에 대학을 다닌 큰아이는 취직을 못했다. 조용한 성향의 아이는 코로나 기간에 아빠의 걱정으로 집에 내려와 있었고 착실하게 알바도 하고 온라인 수업도 듣다가 4학년 2학기에 서울로 올라갔다. 지랄총량의 법칙인지. 순하고 착한 그 아이는 속을 드러내지 않아 잘 모르겠다.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이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엄마의 간섭이 없었으면 지금쯤 야무지게 더 잘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춘기도 없이 착하기만 했으니 지금이라도 충분히 지랄하라고 해야 할지. 처음 일 년은 반듯한 곳에 취직하기를 빌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취직 안 하는 걸 걱정했다. 그러고 2년이 지났다.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지만 알아서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둘째는 늘 제 고집대로 살아온 아이라 별로 끼어들지 않았다. 순간순간 그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못하게 해도 하라고 해도 나중에 '엄마 때문'이라며 원망하는 아이라 하는 대로 두었다. 그래도 아이는 중요한 일을 앞두면 나에게 꼭 의논을 한다. 학군단에 들어가겠다고 해도 반대하지 않았다. 모범생이던 큰아이가 졸업하고 취직도 않는 걸 보니 속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부도 안 하고 빈둥거리기만 하더니 스스로 뭘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도 됐다. 다만 '군'이라는 선택에 혹시나 위험하진 않을까 너무 험한 길을 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추운 겨울에 훈련소에 들어간다니 걱정되고 아이가 마냥 안쓰럽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돈 많이 쓴다며 용돈 줄 때마다 밀당하다가 슬쩍 계좌에 용돈을 넣어줬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 먹으라고. 5일 동안은 휴대폰도 사용 못 한다고 하니 더 걱정되고 상황이 실감 났다. 무슨 일이 생기진 않겠지.

지인의 아들이 군대 간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딸만 있는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언제까지 한창나이의 아이들을 국방의 의무에 가둬놓을 거냐며 비난했다. 군복무를 직업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형편이 어려운 이들만 군대를 가게 될 거란다.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역시 남의 일이었다. 아들이 없으니 딸이 간단다. 이제 내 자식의 일이 됐다. '힘들면 그만해도 된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속으로 밀어 넣는다. 살면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그만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딸아 응원한다. 무엇이든 너의 미래를. 엄마는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