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신뢰를 설계하는 리더의 조건

AI도입과 리더십의 역할에 대한 보고서 리뷰

by 유준희



“AI 툴을 도입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직원은 절반도 안 돼요. 시스템은 있는데, 조직문화는 없어요.”


이 말은 단순한 기술 도입과 실제 활용 간의 간극을 정확히 짚고 있다. 기술은 준비됐지만, 사람은 준비되지 않았고, 그 간극을 메워야 할 리더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2025년 4월, 『Training Magazine』이 발표한 「Navigating Leadership in the AI Era: Building Trust and Embracing Tech」 보고서는 이러한 조직의 고민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보고서는 76%의 직원이 AI 도입의 성패는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답했지만, 정작 리더 중 ‘AI 시대에 준비돼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한다.


AI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이 시대에, 리더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게이트키퍼'에서 '조력자'로: 리더의 역할 전환


과거의 리더는 정보를 통제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결정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AI는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대신할 수 있다. 이제 데이터를 수집하고, 요약하고, 분석하는 일은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낸다.

그렇다면 인간 리더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리더의 중심축이 ‘통제’에서 ‘조력’으로 이동해야 한다. AI가 데이터를 다룬다면, 리더는 사람을 다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코칭, 관계 형성, 공감, 학습 문화 촉진 같은 정서적이고 문화적인 기능이 리더의 핵심 역할이 된다.


예컨대, 글로벌 협업툴 기업 Atlassian은 전사적으로 AI를 도입하면서도, 팀 리더들에게는 ‘어떻게 AI를 사용하는가’보다 ‘AI를 활용해 팀을 어떻게 성장시키는가’에 초점을 두도록 훈련시켰다.


그 결과, AI는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성장 촉진자’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AI 시대 리더에게 요구되는 세 가지 핵심 역량


이 변화는 단지 역할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리더가 가져야 할 역량 자체가 달라졌다.


1. 지적 통찰력 (Intellectual Acumen)

AI가 내놓은 결과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와 맥락을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왜 이 결과가 나왔는가’, ‘어떻게 팀에 적용할 수 있는가’를 묻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2. 기술적 친숙함 (Technical Fluency)

AI 시대의 리더가 코딩을 할 필요는 없지만,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최소한 어떤 도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팀원들과 기술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중 단 33%만이 현재 리더의 기술 이해도를 신뢰한다.


예컨대, 한 유통회사는 AI를 활용한 재고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관리자가 AI의 판단을 어떻게 보완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학습을 제공했다. 이 교육이 없었다면, AI는 ‘블랙박스’로 인식돼 거부감을 유발했을 것이다.


3. 감성 지능 (Emotional Intelligence)

기술의 변화는 언제나 불안을 동반한다. AI는 직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여전히 조직 곳곳에 존재한다. 이럴 때 리더는 그 불안을 인식하고, 공감하며, 구성원과 대화를 통해 해소해줄 수 있어야 한다.
AI 도입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감정이다.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리더


리더는 ‘AI를 도입했는가?’보다 ‘우리가 이 도구를 왜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 누가 책임지는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즉, 투명성과 신뢰의 기반 위에서 AI를 도입할 때만이 조직의 변화가 가능하다.


이 점에서 Salesforce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AI 기반 고객 예측 도구를 도입할 때, 전체 팀이 그 도구의 원리, 한계, 윤리 문제에 대해 열린 토론을 진행했다. 리더가 직접 참여하고, 애매한 영역은 명확히 규정했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도, ‘이 기술을 어떻게 함께 써갈 것인가’에 대한 대화에 모두가 참여한 것이다.


이러한 ‘신뢰 중심 도입 방식’은 도구 자체의 성능보다 훨씬 더 강한 협업 문화를 만들었다.




리더십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 오히려 선명해진다


우리는 리더십이 완전히 새로워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가 되면서 리더십의 본질은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


리더는 여전히 조직의 방향을 제시하고,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며, 새로운 시도에 동기를 부여하는 존재다. 다만 이제는 기술의 이름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사람을 향해야 한다.


AI가 모든 것을 바꾸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단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를 설계하는 사람, 바로 리더가 조직의 미래를 만든다.



글 / 유준희 대표 (조직문화공작소)


참고문헌:

Leah Clark (2025), Navigating Leadership in the AI Era: Building Trust and Embracing 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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