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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set엄마 Jan 15. 2022

보내줄게, 2021년

2022년 1월이 딱 중간에 온 오늘 나는 2021년을 뒤늦게 미련 없이 보내줬다.


두 번째 눈 수술

2021년 초반에 나는 두 번째 눈 수술을 권유받았다.  이유 인즉은 2020년에 했던 망막수술의 후유증으로 너무 빨리 와버린 백내장이었다.  어디서 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받는 수술 중 하나가 백내장이라는 수술이고, 실손보험 맹점을 가장 많이 이용하여 심지어 보험급 지급을 위해 멀쩡한 눈을 미리 수술하는 생내장도 성행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백내장으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파괴하고 인공 수정체를 내 눈의 상황에 맞게 삽입하는 거라 굉장히 큰 수술로 느껴졌다.  굉장히 올드패션 한 사고방식이지만, 아무리 의학 기술이 발달했다고 할 지어라도 나는 내가 지닌 내 몸의 모든 기관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가능하면 유지보수를 선호한다.  내 수정체를 이렇게 보내다니... 슬펐다..


남편은 간단한 수술이라며 나를 위로했지만, 떨리는 마음을 누를 수가 없었다.  3월 초에 여름휴가기간에 맞춰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수술 날짜가 다가올수록 내 심장소리는 밖에까지 들리는 듯하였다.  더군다나 국소마취로 수술한다니 더더욱 무서웠다.  


잡아놓은 날짜는 결국 와서 어느덧 수술 날짜가 다가오고, 벌렁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수술실에 들어갔다.  들어갈 때도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 걸 애써 외면했다.  수술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으며, 의식이 있는 채로 수술실에서 오고 가는 대화를 듣고 있는데 생소하였다.  상체를 거의 가리다 피하는 큰 부직포 시트를 씌우고, 수술할 눈만 노출시키고 안약으로 국소마취를 진행하였다.  수술을 진행하시는 교수님께서 들어오셨으나 눈 마취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교수님의 목소리를 듣자 마음이 안도되었다.  우려와는 달리 수술 중에는 형체 없는 불빛만 보일 뿐이고 약간의 터치 같은 느낌 외 통증은 없었다.  수시로 치과 치료처럼 물이 쏘아졌고, 윙윙 바람소리가 드리고, 수술시간 자체는 정말 15분 남짓이으로 금세 끝났다.  그렇지만 내 인생에 아마도 가장 길었던 15분이었던 거 같다.  통증 없이 잘 회복되었고,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하여 수술 예후에 대한 진료를 받고 양호하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조마조마한 날들을 보냈다.  


자궁폴립 절제 수술

자궁 근종을 발견한 건 5년 정도 되었다.  건강검진 시에 발견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크기가 크지 않아서 계속 추적 검사만 했었다.  재작년 여름 시아버지의 입원으로 심신이 매우 힘들고 극도의 스트레스로 망막도 박리되었지만 자궁 근종도 2배 가까이 커졌다.  사실 2021년 초에 백내장 수술 권유를 받지 않았더라면 산부인과 수술을 하려고 했었는데, 눈 수술로 2021년 연말로 미뤄졌다.


중간 검진 시 다행히 사이즈가 더 커지지 않았다는 소견과 예정대로 수술을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간단하고 수술시간도 짧다고는 하지만 전신마취 수술이다... 직업 특성상 연말로 갈수록 바빠져서 연말에는 늘 녹초가 된다.  더군다나 이번 연말에는 아이들 방학 일정이 자꾸 바뀌어서 그것도 뒤처리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항상 고마운 (반어법이다) 시어머니 아들은 여행 준비도 못했는데, 계획보다 하루 일찍 여행 가자고 내 혼을 빼놓으니 정말 등짝을 후려치고 여행용 트렁크는 던져버리고 싶었다.  성질머리 급한 그의 특성상 반차 내고 집에 온다고 했으니 2시까지는 모든 준비를 다 마쳐놔야 하는데, 아... 정말 울고 싶었다. 이틀 전 사무실에서 가위에 다친 손을 붕대로 칭 칭동여매고 짐을 싸자니 속에서 열불이 솟구쳤다.  수술 전 폭풍 같은 날들을 보내고 수술 날이 다가오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피로에 입 한쪽이 찢어져서 밥도 먹기 힘들고,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푹 자고 나왔으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들어갔다.  계획대로 정말 푹 자서, 간호사 선생님이 흔들어 깨웠다  "환자분... 그만 주무시고 심호흡하셔야 해요.  마취는 깼는데 너무 깊게 주무시는 거 같아요"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며, 2주 뒤 제거한 근종의 조직검사 결과를 들으러 오라신다.


이틀 전 또 병원 대기 의자에 앉아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쿵쾅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간절히 기도했다.  "저를 지켜주세요".  다행히 조직검사 결과 단순 근종이고 나쁜 거 아니라시며, 수술도 아주 깨끗하게 잘되었다고 하셔서 감사합니다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며 진료실을 나왔다.


이젠 2021년을 보내줄 수 있다.

2022년에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길 간절히 바란다.  모두들 그러시길 또 간절히 바란다.


진료실을 나서며, 내 마음속에 떠오른 글귀;

작은 일에 감사

모든 것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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