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나를 눈을 크게 뜨며 다시 한번 쳐다보며... 대단하세요!라고 한다. 심지어 나이 지긋이 든 어머님들은 매우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시거나 내 손을 잡거나, 지금은 고생스럽지만 다 키워놓고 나면 좋을 거라며 위로도 해주신다.
내가 셋이나 낳을 줄이야
1) 첫 번째 만남
만난 지 4개월도 안되어 초고속 결혼을 하고, 음... 결혼을 했으니 아이는 하나 정도는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한 피임을 하지 않았음에도 아가는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초조함과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나를 심하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결혼 6개월 후, 드디어 우리의 첫째가 내 몸속에 자라고 있다고 신호를 주었다. 다음 해 날씨 좋은 봄에 큰 아이를 출산하였다. 시부모님께서는 첫 손주를 안겨드리자 너무너무 좋아하셔서 왠지 내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버님께서 수고하셨다 하시며 금일봉을 선사하실 때는 "어머! 나 정말 큰 일 했나 봐"라는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2) 두 번째 만남
육아 휴직 후 복직은 했으나 단유를 하지 못했다. 퇴근하면 아이부터 안고 모유수유를 했다. 어느 날부터 쇠도 소화시킬 것 같았던 내 소화력이 조금씩 이상하였다. 울렁거리기도 하고 매스껍기도 하고, 영 식사를 평상시만큼 하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열무냉면을 먹는데, 정말 아침드라마에서처럼 우웩 하고 헛구역질을 하였다. 너무나 이상하여 다음 날 산부인과에 갔더니 임신 9주 차 란다. 말 그대로 오 마이 갓!
복직한 지 3개월 만에 생긴 아이라고 어찌나 여기저기서 눈치를 주시고 심지어는 대놓고 싫은 티를 팍팍 내시는 분들도 계시는지. 한동안은 울며 다녔다, 회사를. 내 새끼 내가 낳겠다는 데 당신들이 뭔 상관!
그렇게 태어난 나의 공주님은 내 인생의 보너스로 잘 자라주고 있다.
3) 세 번째 만남
직장을 다니며 23개월 터울 남매를 키우는 일은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었다. 다시 하라면 절대로 안 하고 싶다. 그러던 나에게도 둘째의 돌을 지나고 한숨을 돌릴 타이밍이 오고 있었다. 그 해 여름, 아이들과 여름휴가를 계획하여서 들뜬 기분으로 휴가를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가요! 출발일을 며칠 앞두고 큰 아이가 수족구가 걸렸다. 그다음 날 둘째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열을 재보니 40도! 나의 그녀도 수족구로 판명되었다. 어쩔 수 없이 여행 일정을 3일 정도 연기하였다. 즐거운 휴가를 즐기고 다녀오는 비행기안에서 나는 하지 않던 멀미를 하며 내내 토했다. 갑자기 뒤통수가 찌릿해졌다. 생리 예정일에 해본 임테기,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진한 두 줄이였다. 친정 엄마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어떻게 말하지?
꼭 아들을 낳고 싶어
우리 엄마는 딸만 내리 둘을 낳았다. 신기하게도 아빠나 시부모님은 딸 둘만 잘키우라고 쿨하게 말하시는데 본인이 그렇게 아들이 갖고 싶으셨단다. 아들 엄마가 되어보니, 친정 엄마 마음이 살짝 이해가 가기도 한다. 엄마에게 친구 같고 매일매일 잔잔한 감동을 주는 딸도 좋지만, 엉뚱하고 한 번씩 날려주는 묵직한 감동이 아들을 키우는 맛이라고나 할까?
우리 엄마는 그렇게 아들 출산을 감행하셨고, 너무나 다행히 성공하여, 그 아들을 멋진 청년으로 키워내셨다.
엄마는 여러 번 얘기하셨다. 너는 아들도 딸도 낳았으니 이제 그만 낳거라. 둘만 키우며 멋지게 네 인생을 누리고 살거라
달라진 나
단언컨대, 미혼 시절에도 아가들을 특별히 귀여워한 적이 없었고, 내 결혼 생활을 그려봤을 때도 아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첫째와 둘째를 키우면서도 아주아주 슬프게도 아이들이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못하고 키웠다.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없는 아이들을 24시간 책임져야 된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그러다 만난 셋째는 얼음 같은 나를 순식간에 무장해제시켰다. 얼마나 내 새끼가 이쁜지 온 몸으로 가르쳐 주었다.
분만실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세 번이나 지켜봐야 했던 엄마께 나는 진심 어린 사과를 (진통을 겪는 그 와중에!) 했다.
"엄마 세 번이나 분만실로 불러서 미안해... "
너희들과 함께라면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해
이제 아이들이 하루하루 커가는 게 신통하고, 감사하고 아쉽다.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릴 거 같아서.
복닥복닥 정신없고 때론 극기훈련과도 같은 너희들과의 일상이지만 너희들과 함께인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