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set엄마 Oct 23. 2019

Mother of Three

육아, 일, 그리고 관계의 균형을 잡기까지

직장을 다니며 세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마치 매일매일 신발끈을 동여매고 100m 달리기 출발선에 서는 기분이다.  매일 뛰는 뜀박질이지만 내가 미리 대비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상황들이 속출하곤 한다.  그럴수록 당황하지 않도록 하며, 침착히 상황을 마무리한 후 다시 또 전력을 다해 뛰어가야 한다.

세 아이의 육아는 나 혼자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슬프게도 엄마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있지만 그래도 내게는 든든한 조력자들께서 나를 뒷받침해주셨다.  풀타임으로 아이들을 봐주시는 이모님, 최근까지 바로 곁에 사시며 아이들을 돌봐 주신 시부모님 그리고 친정엄마.  


세 번째 복직

다시 일과 육아의 병행을 시작한 나는 비틀거리며 균형을 잡아가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첫째는 초등 입학을 앞두고 있어 나의 온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어린 셋째는 잦은 병치레로 자꾸만 손과 마음이 갔다.  뭐든지 알아서 하는 둘째 딸에게는 크게 신경을 써주지 못하여 그 아이만 보면 짠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제 겨우 5살 아가일뿐인데.

유치원에서 저명하신 육아 교육 전문가를 모셨으니, 꼭꼭 참석해달라고 연락을 받았다.  세상만사가 다 귀찮았지만 선생님의 간곡한 부탁에 제 시간에는 갈 수 없으나 늦게라도 가겠노라고 답하였다.  나는 늦게 도착하였고, 고단한 몸과 마음으로 강연을 들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왔는데 무엇에 홀린 듯 나는 손을 들고 질문을 하였다.


“ 세 아이를 키우고 일도 하는 직장맘입니다.  본의 아니게 손이 많이 가는 아들들 위주의 생활을 하다 보니 딸아이에게 소홀해져서 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어떻게 하면 딸아이에게도 더 신경을 써 줄 수 있을까요?”


내 질문에 선생님께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반문을 하셨다. 방심하다 갑자기 들어온 주먹 한방을 제대로 맞고 쓰러진 기분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고,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얼굴이 눈물로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이가 셋이고, 직장도 다니시잖아요.  어머니 몸은 하나죠?  어머님께서 이렇게 고군분투하시는 데 아버님은 뭘 하시나요? 왜 어머님 혼자서 다 하시려 하나요?”


나는 미련스럽고 또 오만하게도 내가 모든 걸 해보겠다고 끌어안고 있었고, 시간이 흐르며 남편은 육아에는 관여하려 하지 않았다.  날 도와주시는 분 들도 계시니, 남편은 자연스레 육아에는 발을 빼며 아이들은 눈으로만 사랑해 줬다.  이쯤 되니, 우리 부부는 크게 나눌 이야기도, 함께 할 즐거운 일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자처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많은 부분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육체와 정신적 피로감에서 원망, 화, 우울함도 이 무렵에는 늘 내 안에 잠재되어 있었다.  


힘겹게 서로를 맞춰가던 중

우리는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남들보다 조금 늦게 그리고 격렬히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나보다 육아에 서투른 남편에게 나는 짜증과 화를 쏟아냈고, 그동안 함께하지 못하여 나에게 미안했던 남편의 마음은 금세 없어져 버렸다.  내 짜증에 그의 감정은 상하였고, 서로에게 날카로운 비수를 던졌다.  악순환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첫째 아이는 겁이 많고 마음이 여린 아이다.  남자아이답지 않게 크고 예쁜 눈망울을 가졌는데, 초등 고학년이 된 지금도 내가 많이 아프다거나, 조금만 심하게 꾸짖어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아이들이 잠든 줄 알았는데, 첫째가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엄마, 아빠 왜 또 싸워? 엄마랑 아빠가 안 싸웠으면 좋겠어”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이토록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아이들한테까지 불안한 마음을 심어주었는지.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에게 감사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때로는 열 손가락이 오글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당신이라면, 당신이 나라면.  화가 나는 짜증이 나는 그 순간을 한 번만 쉬었다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언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잘 자라게 하는 것이 부모인 우리에게는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둘만의 시간도 때로는 필요하다고 깨달았다.  아주 가끔씩 친가나 외갓집에 아이들을 맡기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시간이 맞는 날은 함께 출퇴근하기도 하며, 둘이 집 근처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는 날들도 있었다.  


우리 가족은 이제 어디는 똘똘 뭉쳐 다니는 독수리 5형제 같다.  남편과 나의 역할이 구분 지어 있지만 때로는 역할을 번갈아 가며 수행하기도 한다.  내가 정말 힘들어 보이는 주말에는 아이들 다 데리고 운동장에 나가 한바탕 놀고 올 테니, 편하게 쉬라는 배려도 해주신다!  


나는 앞으로도 큰 변동이 없는 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예정이다.  나에겐 든든한 내 짝꿍이 있으니깐.  나도 남편에게 든든한 짝꿍이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아이 셋...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