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대충 살고도 싶어요
사회생활을 한 지 곧 20년이 되어간다. 회사에서는 이제 왕언니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친한 인사부 동료가 정년 연장의 점진적 도입이 결정되었으며, 내 나이는 정년 65세가 확정이라고 하였다. 뭐라고? 막연히 정년에 가까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계산해보니 이제 딱 반 왔다. 정년까지 근무를 한다고 하면, 이제껏 다닌만큼 다녀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내가 실망하는 표정을 짓자, 동료는
"어머, 백세시대인데 5년 더 경제활동을 더 하는 게 오히려 더 감사해야할 일 아니야? 일을 해야 사람이 활기차고 5년이나 더 경제활동을 하니 얼마나 좋아?" 사실 그녀 말은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만큼 다시 가야한다는 생각과 같은 일을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은 기운빠지게 하였다. 그래서 요즘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도 열심히 해보고, 중단했던 석사과정도 다시 시작해야하나 등등 고민이 많다. 아이들도 진로때문에 많이 고민하지만, 중년의 나이에도 고민이 많다.
세상 누구에게나 주어진 똑같은 것이 있다면, 시간이다. 어떤 환경에 처해 있던, 어떤 상황에 놓여있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귀하게 사용하는 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한결같은 일상을 지키는 분들은 과연 어떻게 지키는 것일까? 나는 의지가 너무 약한 건가. 가끔씩 손가락 하나 까딱 하기 싫은 날들도 있는데 어떻게 매일 같은 루틴을 지킬 수 있는 것일까? 나에게 힐링이랑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서 고요히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다. 이런 하루를 보내고나면 귀한 하루를 허비한건 아닌가라는 죄책감도 든다. 저같은 분은 안계신가요?
이 글은 신영복 에세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발췌본을 읽고 영감을 받아, 유한한 삶을 한결같은 일상을 영위하는 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