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중 둘이 사춘기를 지나가고 있다. 첫째 아들과 둘째 딸.
아이들이 결론적으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진로와 본인의 장래이다. 가끔씩은 진솔하게 자신만의 견해와 계획은 조곤조곤 나눠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과 답답한 마음에 짜증을 내기도 하고, 어깃장을 놓기도 한다.
"나는 대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사실 나도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대학 가고 싶어)"
"나는 서울말고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어 (성인이 되어서도 여기서 살고 싶어)"
"나는 소소한 삶이 좋아, 굳이 대단한 삶을 꿈꾸지 않아 (나도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한번씩 속을 뒤집어야, 분이 풀리지. 그렇지.
건드리면 안되는 포인트들도 있어서, 예를 들면 아들은 유럽 축구 보는거에 대한 잔소리, 딸은 화장하는 거에 대한 잔소리를 하면 냉전 관계가 며칠은 간다. 아들은 단순해서 치킨 한마리 시켜주면 대개 풀어지지만, 딸은 뭘 해줘도 몇날 며칠은 지속된다.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학원에서 학생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전화가 오면 일하다가도 머리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거 같다. 아이에게 전화를 하면, 잘 받지도 않을 뿐더러 통화 연결이 되면 너무 자연스럽게 말한다.
"나 피곤해서 못 가겠어"
"악!!!!!! "
요즘은 하도 당해서 소리는 지르지 않는다.
"엄마 바쁘니까 학원에 직접 전화해. 못간다고"
소리는 안질렀지만, 이미 내 속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학원에서도 전화가 온다. 아이가 결석이라고 하는데, 어머님께 다시 확인 받는다고. 너, 나한테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니?
엄마들이 하는 우스개 소리로 사춘기 총량의 법칙이 있어서, 아무리 순한 아이라 하더라도 그 총량을 어떻게든 쏟아내기 마련이라고. 어차피 엄마 속 뒤집는 사춘기 특성이라면 기왕이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아이들의 미래는 하얀 백지 같아서 언제나 얼마든지 채워갈 수 있다고 얘기를 해주어도 아이들은 엄마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연애에서도 밀당이 중요하듯이,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밀당이 존재한다. 당기면 오지 않는 법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당기고 기다릴 줄 아는 것이 고수의 비법이랄까? 물론, 나도 이론은 이해하지만 엄마인지라 실행에 옮기지는 못할 때도 많다. 귀하고 소중한 아이들이 각자의 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길, 그 꿈들을 위해 한 걸음씩 성실히 나아가길 엄마의 마음으로 진심으로 바란다.
사춘기 아이들과 오늘도 씨름하셨을 어머니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저 역시 다시 안 올 시간이라고 제 자신을 다독이면서 보냅니다. 샬롯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의 일부분을 읽고 소재 삼아 창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