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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가 귀하면 남의 새끼도 귀한 법

by Asset엄마

첫째 아이가 1학년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친구를 때렸다는 소식을 선생님께 전해 들었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남자아이들 2-3명이서 한 아이를 때렸는데, 우리 아이도 가담을 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피해자 아이는 우리 아이와 유치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라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만나서 정중히 사과를 했다. 평상시 알고 지내던 아이 친구 엄마는 차분히 자기 아이의 상태를 설명해 주었고, 그러나 본인이 우리 첫째는 심성이 바르고 곧은 아이이니 분위기에 휩쓸려서 일어난 일이라 생각한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었다. 상황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는 것이며, 자라나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본인은 이번 사건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짓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그날 결심했다. "상황은 언제나 바뀔 수 있고, 내 새끼가 귀한 만큼 남의 새끼도 귀하다는 걸 잊지 말자"


아이가 5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체육시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우리 아이가 친구에게 맞았다는 것이다. 담임선생님의 설명은 매우 간결했다. 우리 아이와 상대방 아이가 함께 제기차기를 했는데, 남자아이들 특유의 승부욕이 발동하여, 상대방 아이가 우리 아이를 가격했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다른 그룹 아이들 쪽에 계시다가 깜짝 놀라서 제지하셨다고 하셨다. 잠시 후 피해자 엄마가 전화가 와서, 매우 무미건조하고 사무적으로 사과를 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시키겠다고 하였다. 어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강한 의지만이 느껴졌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으며, 내가 현장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과까지 받고 상황이 종료되었다.


퇴근 후 집에 가서 막상 아이를 만나자 상황이 내가 전해 들을 바보다 훨씬 심각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상대방 아이는 우리 아이를 덮쳤고, 무방비 상태에서 우리 아이는 뒤로 넘어졌다. 그 뒤 아이가 일어나려 하자 상대방 아이는 우리 아이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급하게 그 자리에 오셔서 우리 아이를 끌어안고서야 상황은 종료되었다고 한다. 몸에 멍자국이 만연했다. 우리 아이가 당했을 그 장면들이 상상이 가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거 같았다. 이 사건을 여기서 종료하는 게 맞는지, 밤새도록 고민했으나 1학년 때 일을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결국 남편과 나는 마무리하기로 했다.


한동안 아이 친구 엄마들이 괜찮으시냐... 속상하겠다는 위로를 건넸지만, 미안하지만 그 위로들이 오히려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하였다. 아이는 며칠 뒤 그렁그렁한 눈으로 이를 악물며 얘기하였다.

"엄마, 나 선생님이 나를 끌어안지 않았다면 나도 때렸을 거야. 다음엔 나도 맞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친구를 때리지 않고 참은 건 아주 잘한 거야. 그러기 정말 쉽지 않거든"

한동안 내 마음은 열려있는 상처처럼 매우 쓰리고 아렸다.


그 친구는 또 다른 사건들로 인해서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학교 폭력은 굉장히 예민하고 복잡한 사건이어서 학교 측에서는 가능하면 원만한 합의로 매듭짓길 원한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은 너무나 다르고, 아이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술이 어렵다는 점, 증인들도 아이들이기에 객관적인 증거 수집도 어렵다고 들었다. 나처럼 형식적인 사과를 받고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아니다. 나도 내 선택에 후회를 했고, 상대방 부모의 진심 없는 사과에 나는 또 마음의 상처를 받았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을 끌고 갔었더라도 내 마음의 상처가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새끼가 귀한 만큼 남의 새끼도 귀하다는 걸 더 생각해 보면 어땠을까?최소한 진심이 담긴 사과를 건낼수 있지 않았을까?


이 사건을 통하여 나와 아이는 한 뼘만큼 성장하였다.



이 글은 하이타니 겐지로 소설 <외톨이 동물원-서문>을 읽고 떠오른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 갖가지 인생이 있고, 우리가 모르는 인생도 둘도 없이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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