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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프다

경제적 슬픔

by Asset엄마

가까운 시댁 친척분께서 암으로 투병 중이시다. 어렸을 때 부터 각별히 친척분을 따르던 남편은 최근 본인의 컨디션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무거운 마음에 병문안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자가운전도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거의 하루 종일 걸려서 다녀왔다.


이번에는 나도 남편과 병문안에 동행하였다. 시부모님도 함께 모시고 갔었다.

친척분께서는 내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사업체를 운영하셨던지라 우연히 회사 근처에서 몇 번 뵌 적이 있었다. 그래서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

"와줘서 정말 고맙다. 회사 잘 다니니? 사무실도 여전히 그 동네이고? "

"네"

사실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암담하여, 내 대답은 단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실 줄은 몰랐다.

"회사에서 나가란 말은 하지 않니? 이제 나이도 많은데"

"네? 아니에요"


그때, 예상하지 못한 시어머니의 공격이 들어왔다.

"나가라곤 못하죠. 스스로 나가게끔 유도하겠죠. 얘 아범도 본사에서 센터로 보냈잖아요"

(시어머님께서는 본인 아들이 공황장애로 병가를 낸 사실은 모르신다. 그저 장기 근무로 안식 휴가를 사용한 줄로만 아신다.)


아... 이 집안 내력인가. 무겁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엄한 사람을 후드려패서 끌어올리다니.

황금 같은 주말에 평상시 30분이면 갈 곳을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교통체증을 뚫고 와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약 10년 전 나라면,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버릇없이 받아쳤겠지만, 뜨거운 걸 삼키는 심정으로 참았다. 까짓 까칠하고 예민한 남자랑 살며 애 셋 키우며, 사춘기 아이들 급발진에 뜨거운 거 자주 삼켜서 이 정도는 숨 한번 크게 들여 쉬고 내쉬면 된다.


남편의 휴직 기간 동안 현실을 자각하게 만들어 준 가장 큰 것은 일시정지 되어버린 수입이다. 초반에는 그가 얼마나 쉬어야 되는지, 복직을 할 수는 있을는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언제 다시 현금 흐름이 재개될지 막막하였다. 내 급여만으로는 아이들 사교육비와 고정 지출을 지급하고 나면 정말 숨만 쉴 수 있었다. 그나마 가지고 있는 여윳돈 마저 다 써버리는 시기가 오지 않길 바랐다. 아픈 사람에게 경제활동을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당신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회복에만 전념해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 우리는 이 날까지 노동의 대가로 들어오는 월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여 살아왔다. 경제 활동을 하는 둘 중 한 명이라도 활동을 못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살아온 것이다. 이 사실에 내 인생이 초라하게 느껴지면서 심지어 슬프기까지 했다. 왜 이렇게 안일하게 살았을까? 우리의 노동의 대가로 들어오는 수입 외에 다른 수입 창출원을 구성하지 못했을까?


또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재테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저처럼 뒤늦은 현타를 경험하며, 인생을 잘못 산 것 같은 감정을 느끼지 마시고,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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