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77_당신 어깨 위의 돌도 무거웠겠구나

당신을 더 이해하게 된 하루

by D 도프

당신 어깨 위의 돌도 무거웠겠구나


육아휴직 4개월 차. 봄이 지나고, 어느덧 가정의 달 5월도 지나갔다. 따뜻한 햇살처럼 느긋해진 하루도 있고, 마음속에 먼지가 쌓이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나는 새로운 감정을 하나둘 마주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이해’라는 감정이었다.


과거, 회사에 다니던 시절. 점심시간이면 동료들의 투정이 종종 들려왔다. “우리 와이프는 집에 있으면서 왜 점심을 밖에서 사먹지?” “애 학교 보내고 뭐가 그렇게 바빠서 맨날 카페야?”

그때 나는 그 말들에 딱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마음속으로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회의와 보고서에 치이며, 땀 흘려 번 돈으로 매일 바깥 점심과 카페를 즐기는 아내의 생활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남자인 내가, 직접 육아의 중심에 들어가 본 지금은.

딸을 등교시키고 돌아오는 아침 9시. 집 안은 조용하고, 시계 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것 같다.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시계를 보면 11시. 다음 일정은 점심을 준비하는 일이다.

혼자 차려 먹는 밥상이 이렇게 허무하고 외로운 것인 줄, 예전엔 몰랐다.

“오늘은 그냥 밖에서 먹을까?”라는 유혹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또 생각한다. “매번 사먹으면 생활비가 빠듯하잖아.” 그래서 대충 아침에 먹다 남은 반찬 몇 가지를 꺼내어 조용히 먹는다. 말없이 흘러가는 점심시간.

그리고 오후가 시작된다. 다시 또 혼자다.


이런 날들이 몇 주씩 이어지면, 나도 모르게 공허함이 마음을 잠식해온다. 그제서야, 나는 아내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아내가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느껴질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끼 집에서 밥을 차려 먹는 힘듦과 아이가 학교에 간 뒤 홀로 있는 고요한 시간은 생각보다 크고 무거운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아이를 키우는 아내가 종종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거나, 지인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일이 단순한 여흥이 아니라는 것을. 그건 아내가 스스로를 회복하기 위한, 짧지만 절실한 ‘숨구멍’ 같은 시간이었다.


혼자 아이를 돌보는 하루는 누구도 칭찬해주지 않는다. 그 수고는 수치로 환산되지도 않는다. 그 속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엄마들은 잠시 숨을 돌리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했다.

그걸,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더불어 나는, 회사를 다니는 ‘가장’의 삶도 다시 보게 되었다.

아직 퇴직하지 않았기에, 나는 여전히 회사 단체 채팅방에 남아 있다. 가끔 들어가 보면 오늘도 회의, 일정, 보고서, 보고서, 보고서… 화면 너머로 쏟아지는 메시지들을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이 와중에 내가 회사에 있었다면 정말 버거웠겠다.”

그 순간 깨달았다. 회사에 다니는 남편의 삶도,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아내의 삶도, 모두가 고된 여정이었다.


우리는 모두 어깨에 ‘책임’이라는 돌을 하나씩 이고 산다.

그런데 사람마다 쓰고 있는 ‘안경’이 다르다. 이 안경은 시간이 지나며 자주 흐려지고, 때론 먼지가 끼고, 때론 금이 가기도 한다.

그러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내 돌은 한없이 크고 무겁고, 남의 돌은 한없이 가벼워 보인다.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 비슷한 무게의 돌을 짊어지고 있다. 다만 보이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이라는 안경닦이로 자주 우리 시선을 닦아야 한다. 그래야 남편의 돌도, 아내의 돌도 제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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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돌은 나의 돌이 아닌 우리의 돌이다. 우리의 돌이기에 나는 손을 뻗어 함께진다.
“조금이라도 덜어줄게.”
“힘들었지, 내가 안아줄게.”

육아휴직을 하며, 나는 가족을 다시 배웠다.

사랑은 함께 사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는 것이었다.

고맙고, 미안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기쁜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이 집에서, 우리 가족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오늘도 서로를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자.

그것이면 충분하니까. 사랑은, 그렇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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