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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님 Jan 20. 2016

[미국 서부 여행] 12일차

워싱턴->LA, 베니스 비치, 그리피스 천문대, 인앤아웃

2014/01/05

서부로 떠나는 날!


LA로 떠나는 날이다.

워싱턴 다운타운에서 댈러스 국제공항까진 $6를 내고 5A 버스를 타면 35~45분밖에 걸리지 않고 저렴하며 편하다. 5A 버스 시간표

IAD->LAX 비행기가 아침 10시 반이었는데 5A버스가 다운타운에 8시 5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7시 30분 정도에 호스텔을 나섰다. 밖을 나서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어서 캐리어를 끌기가 힘들었다.

5A 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 배차가 늦는지 함흥차사였다. 15분 정도 기다려 겨우 탔지만 몇 정류장 가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내려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버스 시간까지 얼마 안 남아서 오랜만에 엄청 쫄아서 두근두근했다! 진눈깨비에서 비로 바뀌더니 나름 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무슨 지하철역인지 모르겠지만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해서 거리에 택시가 없었다. 발만 동동 구르다 겨우 택시를 타서 공항으로 가자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워싱턴에서 비행기 타고 내린 적이 없어서 공항이 하나인 줄 알았다. 기사가 공항은 미터기를 찍지 않고 요금이 정해져 있다고 뭐라 뭐라 설명하는데 비행기를 놓치는  것보단 나아서 무조건 알겠다고 대답했었다. 그러더니 한 20분 걸린다길래 '응?..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빨라?' 하면서 출발하기 시작했다.

5분쯤 가다가 의문을 품고 혹시 지금 가는 공항이 댈러스 맞냐고 물어봤더니 당연히 아니라고! 가까이 있는 로널드 공항이었다고 한다. 거기 가면  안 된다고 으악! 버스 타는 곳으로 데려다 달랬더니 아무리 L'Enfant Plaza를 설명해도 모르시는 거! 워싱턴 택시기사 맞나 했다ㅠㅠ. 내가 구글맵을 켜서 경로를 알려드리면서 갔다. 버스시간 3분 남고 2분.. 1분.. 대학교 수시시험 지각하던 때만큼 쫄렸다.

거의 다 왔을 때쯤 어디서 내려야 버스정류장에서 가까울지 헤매고 있는데 저 멀리 빗속을 뚫고 5A버스가 정류장으로 오고 있었다. 나는 아저씨한테 '저 버스예요!!!' 하며 급하게 세워달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엄청나게 엑셀을 밟아서 유턴을 하더니 세워주셨다. 팁을 얼마 드렸는지 정신도 없이 캐리어를 꺼내서 미친 듯이 뛰는데 5A 버스가 떠나려고 했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출발 시각이 5분 정도 지나있었다.

캐리어를 들고 비 맞으며 미친 듯이 뛰면서 손을 흔들었더니 버스기사님이 기다려줬다. 겨우 버스를 타서 비를 털며 돈을 내는데 기사 아줌마가 원래 늦는 거 절대 안 봐주는데 비 오는데 뛰어오길래 기다려줬다고 큰소리쳐서 연신 ㄱㅅㄱㅅ 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

버스를 타서도 심장이 두근두근 진정되질 않았다.



아이폰5s도 바꿔서 6s를 쓰고있는데 4s쓰던 시절 여행기를 지금 쓰고있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공항. 매우 편리한 패스북으로 체크인하고 수하물 스티커도 기계에서 뽑고 겨우 터미널로 와서 앉았다. 그랬더니 비행기 30분 연착-_- 그 난리를 안쳤어도 됐을 뻔했어.

앉아있는데 자꾸 저 멀리 FIVE GUYS 간판이 눈에 거슬렸다. 출발 30분 전에 먹을까 말까 고민을 20분이나 하다가 '마지막 파이브 가이즈다!' 하면서 5분 만에 냠냠 뚝딱 해치우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콜라는 역시 하늘 위에서 먹는 콜라가 짱이죠. 탄산이 지상보다 더욱 강력하게 몸속에서 올라옴 ㅇ_<

이후에 견과류도 주길래 먹었는데 다른 사람들 다 자고 있고 승무원들도 쉬고 있길래 갤리쪽에 가서 한 승무원한테 조용히 "콜라 하나만 더 쥬실 수 있나요 +_+?" 했는데 너무도 친절하게(AA답지 않게) "Sure."라며 더 줬다. 견과류와 함께 마심 캬아.. 그때의 콜라 맛을 잊을 수가 없다!

행복하게 잠들었었는데 기내에서 갑자기 안내방송이 나왔다! 여러분들 오른쪽에 그랜드 캐년이 있다고.

나름 장시간 비행이라 복도 쪽으로 앉았어서 창가가 잘 안보였다. 영어를 한 마디라도 덜 하려는 나지만 이것만큼은 놓칠 수 없기에 옆에 아줌마에게 창밖 풍경 좀 찍어달라고 부탁드려서 찍은 사진!

마음껏 구경이라도 하란 듯이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했다! 멀리서 보니 얼마나 웅장한진 감이 안 왔다.

주차장으로 가려고 건물 밖으로 딱 나왔을 때. 따뜻한 날씨와 야자수에 감동해서 멈춰서 찍은 사진.

드디어 LA에 도착. 비행기 내리는데 탈 때 벗어서 비행기 오버헤드빈에 넣어놓은 외투를 꺼내는데 부끄러워졌다. 그렇지 않아도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얇은 옷들만 입고 있었다!

6시간 비행이라 동부 시간으론 오후 5시지만 여긴 아직 투피엠밖에 안됐다!!! 그래도 나름 장시간 비행이었고 꾸벅꾸벅 졸았더니 쩔어있었다.

배기지 클레임을 지나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아무리 인종 다양한 LA라지만 그래도 서양인이 젤 많아서 동양인이 눈에 쉽게 띌 줄 알았다. 근데 엄청나게 달라진 친구 때문에 못 알아보고 지나치다가 뒤돌아서 쳐다보고 박장대소했다.

공항에서 가까운 베니스 비치로 향했다. 아무리 그래도 겨울인데 바닷가는 춥겠지! 하던 생각이 싹 사라졌다. 베니스 비치는 산타모니카 비치만큼 유명해서 붐비는 곳은 아니었지만 주차비가 $9나 했다.

서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1월에 서핑이라니. 이 사람들은 이런 기후에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아야 된다며 흥분했다.


> D300으로 찍은 고화질 사진은 쿠도군님이 찍음


잔교를 따라 쭉 걸어가 보았다. 먼 바다까지 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바다 위에 떠있는 기분이었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갈매기도 많았고 바닥에 새똥도 참 많았다.

이게 태평양이란 말이지!!! 쉴 새 없이 날씨 찬양을 하며 바다 한가운데 뜬 자연 광빨로 끊임없이 셀카질

자연광이 좋으니까 사진이 더 잘 나오는 것 같다! 얼굴 안 나와서 내가 좋아하는 사진 ㅎㅋ

잔교는 조금 지저분해도 옳다 옳아! 진한 바다 색까지 볼 수 있다. 5시쯤이 되자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하늘색 하늘에 백사장이었는데 해가 지니 파란색 하늘에 황토색으로 변한 모래사장을 지나 보드워크 쪽으로 나왔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복 받은 애완견들..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고도 너넨 캘리포니아에서 사는걸 감사하게 여겨야 돼 이랬다. ㅋㅋㅋㅋㅋㅋㅋ

주택도 있었고 카페나 레스토랑도 있었다. 이런데 집들은 엄청 비싸다던데..!

보드워크를 따라 15분쯤 걸으며 친구가 추천했던 아이스크림집을 찾아 헤맸는데 이름을 잘못 알려줬는지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 그냥 뒤돌아갔다.

해지는 베니스 비치. 아름답다.

아직 밝아서 손톱 달도 보였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해가 진 김에 야경을 보러 그리피스 천문대에 가기로 하고 1시간쯤 달렸다.

정상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천문대 쪽으로 갔다.

사실 LA 야경은 기대보단 예쁘진 않았다. 야경 화려하기로 유명한 시카고에서 밥먹듯이 봤던 야경에 비해선 높은 건물도 없고 초라했지만 그래도 날씨가 좋으니까 신났다.

멀리 할리우드 사인도 보였다. 망원경이 있는 천문대 안쪽은 들어가볼 수 없어서 발걸음을 뒤로했다.

천문대를 내려오니 7시 반이 됐는데 배가 매우 고팠다. 버거 여행이니만큼 서부에서 제일 먼저 먹어야 하는 것은 인앤아웃! 주차 전쟁이 심각했지만 운 좋게 나가는 차 옆에 가서 빠르게 샤샥 댔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인앤아웃 버거! 친구들 모두 더블더블을 강력 추천했지만 비프 패티, 게다가 치즈버거는 별로 내 취향이 아니어서 제일 기본적인걸 시켰다. 먹어본 소감은.. 파이브 가이즈가 백배 맛있습니다.

감자튀김도 맥도날드랑 다를 바가 없고 버거에서 육즙이 흐르지도 않네요. 이게 미국 버거 삼대장이라니 솔직히 실망했다! 내 버거 순위는 파이브 가이즈 >>>>>넘사벽>>>> 쉑쉑 >>>>>>> 인앤아웃


시차가 아예 열 몇시간씩 나면 밤낮 바꿔버리면 그만인데 3시간이 나니 은근 피곤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고생하며 돌아다닌데다 체감 시간은 밤 11시인데 시계를 보면 8시밖에 안됐는데 졸려서 혼란스러웠음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불태워야 하기 때문에 숙소에 일찍—사실 혼자 다녔으면 해지기 전에 숙소로 들어갔기 때문에 일찍도 아니다.— 들어가서 쉬기로 하고 서부의 첫날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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