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39, 금문교 자전거 라이딩, 롬바르드 스트리트
아침 일찍 일어나 뮤니 패스포트를 사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시청으로 향했다.
이때만 해도 3일권이 21달러였나 그 정도 했던 것 같다. 사용할 월과 날짜를 복권처럼 긁어서 버스기사에게 보여주는 식으로 이용한다. 아날로그적이어서 재밌었다!
시청에서 피어39까지는 트램을 타고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트위터 본사를 봤는데 너무 반가웠다 ㅋㅋㅋㅋ
도착한 피어39!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브런치를 먹으러 간 곳은 Boudin 베이커리!
클램 차우더가 유명하다고 해서 와봤다.
겨울이라고 추운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침결이랑 음지에선 서늘하기도 한데 바깥에 앉아서 뜨끈한 클램차우더를 먹으니 맛있었다. 여기 빵은 약간 시큼한 맛이다.
피어39에서 조금 걷다 보면 바다를 만나게 된다. PCH를 종단하며 바다를 지겹게 봤지만 파란색 덕후인 나에겐 아무리 파래도 지겹지 않았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자전거를 타기 위해 출발했다. 나는 동부 여행 계획에 치여서 서부는 하나도 공부를 안 했었는데 얼마나 몰랐냐면 샌프란시스코 날씨는 언제나 맑은 줄 알았다.
"역시 써니 캘리포니아야~" 이랬는데 금문교가 끝까지 다 보이는 게 운이 좋은 일이란 걸 몰랐었다.
번화한 상가들 사이를 지나 자전거를 예약해 둔 렌탈샵에 도착했다. 보험 등 간단히 서류를 작성하고, 지도를 보며 소살리토까지 가는 뷰가 좋은 루트를 추천받았으며, 키에 맞는 자전거를 받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라델리 스퀘어를 발견했다! 사실 초콜릿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유명하다고 하니 들어가 보기로 했다.
샌프란의 상징인 케이블카 상자에 담긴 초콜렛도 있었고, 무엇보다 맛 별로 샘플로 먹어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은것! 한주먹 집어서 먹고 싶었지만ㅋㅋㅋ 몇 가지만 먹어봤다. 옆엔 기라델리 디저트 카페가 있었다.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도 구경하고, 디저트도 하나 시켜먹었다. 케이블카라는 이름의 록키 로드 선데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정말 달달했다.
왠지 빠지고 싶게 생긴 통 안에 초콜렛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만화처럼 들어가서 허우적 대고 싶었다ㅋㅋ
구경만 할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클램차우더만 먹었더니 살짝 아쉬워서 당보충 차원에서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먹고 출발하기로!
'케이블 카'라는 이름의 록키 로드 선데였는데 마쉬멜로랑 휩 크림, 초코칩, 퍼지가 가득한—그나마 제일 덜 달콤한—아이스크림이었다! $9.95
출발하기 전 멀리 알카트라즈 감옥도 보였다. 사실 '더 록'을 못 봐서 저 섬이 얼마나 무서운진 잘 몰랐다.
뷰가 좋은 루트인 대신에 조금 힘들다는 렌탈샵 아저씨의 말마따나 오르막을 오를 땐 기어를 아무리 바꿔봐도 자꾸 뒤로 다시 굴러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근데 정말 힘들었던 오르막을 올랐더니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어서 너무 좋았다.
가다보니 Crissy Field라는 필드가 나왔는데 부촌인 듯 싶었다. 집도 알록달록 예뻤고 차도 좋은 차들이 많았고 뉴욕처럼 큰 개 6마리를 한꺼번에 산책시키는? 산책당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연신 '이런 기후의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은 복 받은 줄 알아야 해. '라고 생각했다.
저 멀리 금문교가 안개 하나 없이 깨끗하게 보였고, 강아지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니 정말 여유로워 보여서 부러웠다. 저 멀리 대한민국은.. 아니 고작 시카고만 하더라도 잿빛 하늘에 영하 20도라고 다들 오들오들 떨고 있을 생각을 하니 샌프란 사람들이 정말 질투가 났다!!!
그래도 자연광 좋다고 셀카 엄청 찍고 ㅋㅋㅋㅋㅋㅋ햇빛 때문에 구글맵 자전거 지도 켜놓은 게 안보였다.
초록 초록하고 하늘하늘해서 정말 눈이 즐거웠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오르막을 맞이했다. 이건 답이 없었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 올라갔다. 옆에 엄청난 허벅지 힘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을 했다.
그리고 마주한 풍경은 이랬다. 빨간 지붕 집들이 있던 풍경이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바다, 필드, 조형물, 지붕 색깔, 저 멀리 샌프란시스코 스카이라인까지 조화가 완벽했다.
오르막 길을 오른 뒤라 지치기도 했고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 벤치에서 20분은 넘게 쉬었던 것 같다.
금문교가 보이는 각도가 점점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가까워짐을 알 수 있었다.
금문교 입구에는 기념품샵과 카페가 있다. 기념품을 거의 안 샀던 나지만 금문교는 너무 예뻐서 금문교 모형이랑 펜슬 샤프너 두 개를 샀다.
금문교에 대한 다양한 설명들을 볼 수 있었다. 바람 불 때 다리가 어떻게 되는지 볼 수 있는 모형이 있었는데 실제로 저렇게 다리가 찰랑찰랑 댄다고 생각하니까 좀 건너기 무서웠다ㅋㅋㅋ
파란 바다는 오렌지색과 너무 잘 어울렸다. 빨간색 같아 보이는 오렌지 페인트가 예뻤다.
왠지 풍경을 보면 내 손이랑 같이 찍고 싶어 지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아이팟 사진은.. Maroon5 - Lucky Strike를 듣고 있었는데 햇빛이 너무 세서 안 나옴. 럭키스트라이크 들으면서 금문교를 자전거로 달리다니!!! 영화 같군
이 스피드 리밋은 자동차 얘길까 자전거 얘길까?
다리 중간쯤 툭 튀어나온 공간엔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사람들도 있었고 샌프란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보이기도 했다.
저 모자는 거의 붙박이.. 시카고이언인 척해야 되기 때문에!!!
조금 타다 멈춰서 사진 찍고, 조금 타다 멈춰서 사진 찍느라 다리를 완전히 건너는 데 한 시간도 더 걸렸다. 북쪽에서 바라본 금문교!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내리막이 올라온 것보다 훨씬 더 쭉 뻗어있었다.
멀리 소살리토가 보였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동안 힘들게 올라왔던걸 몇 배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차도라서 조금 무섭긴 했지만 엄청 쏘아서 내려갔다. 내리막 중간에 살짝 다시 오르막이 나왔을 땐 이미 힘이 다 풀려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ㅋㅋㅋ
해안도로를 따라 왼쪽엔 집들이 있었다. 이런데서 이런 풍경을 보고 살면 무슨 기분일까? 소살리토에도 유명한 버거 가게—Hamburgers—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나는 일정이 빡셌기 때문에 스킵!
대신 페리 출발 시각까지 40분 정도 남아서 자전거를 묶어놓고 간단히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스타벅스!! 엄청 목말랐어서 당장 들어갔다.
2014 갑오년은 청말띠의 해였는데 스벅에선 이런 카드도 팔고 있었다.
당보충을 위해 달달한 캬라멜 마끼야또를 들고 벤치에서 꿀휴식!!! 넘 행복했다. 여행하는 도중의 휴식은 최고의 사치인 것 같다.
사실 이 모형을 보고 맥주가 엄청나게 당겼지만.. 음주 라이딩은 위험한 것이니까^^!!
어차피 라이딩 다 끝나서 자전거 끌고 배만 타면 되는데.. 시원한 탄산이 겁나 땡겼는데..
페리를 타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줄을 섰다. 페리가 도착하고 나서 사람들이 내린 후에 탈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면 안 되고 내려서 끌고 가야 했다.
소살리토를 떠나며.. 역광이라 잘 나오진 않았지만 해안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집들이 정말 예뻤다.
아담하고 좋은.. 비싼 동네 같아 보였다 ㅋㅋㅋㅋ실제로 비쌈! 그리고 지금껏 자전거를 타고 온 경로를 봤다. 대략 1시간 걸린다고 나오는데 나는 3-4시간 동안 구경하며 온 것 같았다.
햇빛에 비쳐서 금색같이 반짝여 보이는 금문교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알카트라즈 섬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었다! 알카트라즈 섬을 들렀다 오는 페리도 있었지만 난 별 관심이 없었어서 곧바로 피어39으로 가는 페리를 탔다.
이 사진 찍고 애니비아 구름 이러면서 좋아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ㅋㅋ
소살리토에서 피어39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다. 항구에 내리자 엄청난 똥덩어리(?)들이 우릴 반기고 있었다. 나무 널빤지 위에서 바다사자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자리가 좁아서 어떤 한 마리가 몸부림 치면 끝쪽에 있는 한 마리가 밀려 바다로 떨어지는데 그럼 관광객들이 다 같이 폭소한다.
다음으로는 롬바르드 스트릿을 케이블카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Powell & Mason 라인을 타고 언덕을 타고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른쪽의 아저씨가 운전기사님이다. 브레이크가 어떻게 동작하는진 모르겠지만 가파른 언덕에서도 뒤로 쏠리지 않고 멈춰있어서 신기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 곳이 바로 Lombard St. 다! 풍경으로 펼쳐진 파스텔톤 땅콩집들이 너무 예뻤다. 저 멀리 코잇 타워도 보이고 샌프란이 이렇게 언덕졌구나 라는걸 알 수 있었다.
러시안 힐, 노브힐을 근처에 두고 있는 지그재그 길. 샌프란에서는 집이 높은 언덕에 있을수록 부자라고..
여기도 부촌이라고 한다.
표지판에 주거공간이니 정숙하라고 써놓은 걸 보면 당장 양 옆에 위치한 집들은 관광객 때문에 조금은 시끄러울 것 같긴 하다.
겨울이라 꽃이 많이 안 피고 갈색으로 말라가고 있는 풀들 밖에 없어서 덜 예뻤다. 꼭 화창하게 꽃 폈을 때 다시 와보고 싶다.
아이폰 4s 쓰던 시절.. 저게 벌써 2년 반 전이다. 케이블이 지나가는 케이블카 길바닥.
자전거도 타고 평소보다 훨씬 많이 움직여서 그런지 엄청 허기졌다. 그래서 나름 맛집이라고 소문난 스테이크 집을 가기로 했다!
케이블카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버스를 탔다. 리틀 이탈리를 지나 열심히 열심히 유니언스퀘어 쪽으로!
유니클로 맞은편에 위치한 Ted's Steak House다. 서빙해주는 레스토랑이 아닌 패스트푸드 집 형태로 가져다 먹는 집이기 때문에 스테이크 가격이 싸고 양도 많다고 한다.
블루치즈 샐러드랑 기본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크긴 엄청 크다. 무슨 스테이크가 성신여대 온달 왕돈가스 만하다. 사이드 메뉴는 추가할 수 있다.
근데 솔직히 맛은 없다. 엄청나게 큰 스테이크 중에 제대로 맛있는 부분은 얼마 없다. 다른 부분은 덜 익거나—레어~웰던의 익힘 정도가 아니라 그냥 힘줄이나 질긴 부위— 질기고 맛이 없었다. 그래도 배고픈 마음에 메쉬 포테이토에 마구마구 케첩을 뿌려 먹었다. 역시 탄수화물이 제일 맛있지.
그리고 맥주 한 병도 곁들였지. 피곤 피곤한데 맥주 마시니까 나른해지면서 너무 좋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엔 버스킹도 구경하고 무섭긴 해도 밤의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다니는 경험을 했다. 바람도 선선하고 배부르고 알딸딸하고 제일 기대했던 샌프란이었는데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