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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님 Jul 16. 2016

[미국 여행] 18, 19일차

시카고, 한국

2014/01/10

Back to Chicago. Back to Korea.


한국으로 가기 위해 시카고로 돌아가는 날이다. 캐리어에서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외투를 오버헤드빈에 넣고 출발했다. 땅덩이가 커서 4시간이나 걸리는 나름 긴 비행이었다. 오전 11시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까 5시 반이고 해가 지고 있었다.


열심히 캐리어를 끌고 블루라인을 타고 35th St.로 돌아왔다. 드륵드륵 기숙사로 돌아와서 방학 동안 학교 긱사에 살며 인턴하고 있는 친한 언니를 재회했다! 한 달 반만이었다.

기내식이 없었어서 배고프단 나의 말에 뚜비두밥 오뚜기밥과 돌자반 볶음을 내어준 쯔훼이 언니에게 리스펙! 다음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다른 길고 긴 수다의 밤을 보냈다. 물론 본교에서 개강하고 보면 되지만!


방에 돌아와서는 룸메랑 실컷 얘기했다. 여행 동안 있었던 일이랑 6개월간 고마웠던 일들을 실컷 얘기했다. 처음 미국 와서 멘붕 많이도 했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일들로 멘붕의 연속이었다.

여름인데도 이불 없어 추위에 벌벌 떨며 자는걸 보고 이불 사러 가자며 Target에도 데려가 주고 한국인 중에 나만 혼자 다른 기숙사동이라 다른 사람들이 나 있는 줄도 모르고 밥 먹으러 가버렸을 때 같이 밥 먹으러 커먼스도 가주고, 계좌랑 핸드폰 개통하러 차이나타운도 같이 가주고.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사려 깊은 내 룸메! 내 이름을 한자로 써서 "이건 어떻게 발음해!?"라며 발음을 듣고 웃기다며 인사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헤어질 시간이라니 너무 아쉬웠다.

정든 East 321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자기 전에 "불 꺼도 돼?"라고 물어보고 불을 껐다. 내일 몇 시에 출발하냐는 물음에 완전 아침이라고 했더니 "Hope I can wake up early."라고 하고는 잠들었다.

나는 비행기에서 자기 위해 밤새려고 혼자 노트북을 들고 라운지에 나와서 사진을 정리했다.


아침에 조용히 방문을 열어 챙겨놓은 짐을 들고 나오는데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룸메가 깼는지 왜 안 깨웠냐며, 지금 몇 시냐고 다급히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공항까지 가는 택시를 불렀는데 시간이 조금 남았다고 했더니 택시가 올 때까지 같이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사생활을 굉장히 존중했기 때문에 별로 친하진 않은 것 같아 아쉬웠는데 이렇게 아쉬워해주는 모습을 보니 고마웠다. 그러면서 사진도 별로 안 찍는 룸메였는데 택시 기사님한테 우리 둘의 사진을 부탁했다.

그러고는 페북 메세지로 사진을 보내줬다. 룸메랑 나는 둘 다 미니언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미니언 인형과 편지 한 통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왔더니 저런 포스트를 올렸다.

지금 룸메는 코넬대에서 석사를 하고 있는데 다른 중국인 친구보고 베스트 룸메라고 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약간 배신감 든다!


오헤어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부쳤다. 어그부츠도 버리고 웬만큼 버리고 온다고 버렸는데도 가방이 터질 것 같았다. 이민가방에 Heavy 딱지가 붙는 걸 보고 무게 제한 넘을까 봐 두근두근했지만 통과!


그리고 드디어 한국으로. 인터넷이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 걸 제일 절실히 느낄 때가 비행기 안이다 진짜.

그래서!!! 시간 단위로 기록해봤다.


비행기 출발 후

1시간 : 세상에 수많은 콜라가 있지만 역시 하늘 위에서 먹는 콜라가 짱. 그리고 아침을 먹었다. 역시 콜라와 함께.

2시간 : 잠

3시간 : 봤던 500일의 썸머 보고 또 보고

4시간 : 잠

5시간 :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음

6시간 : 아직 반도 못 왔다고 베링해가 Boring Sea로 보이기 시작

7시간 : 아까 보다 만 500일의 썸머 다시 봄

8시간 : 태평양 너무 넓다고 성질냄

9시간 : 일기를 쓰기 시작

10시간 : 역시 봤던 RED2를 또 보기 시작. 이병헌 멋있다.

11시간 : 기내식으로 피자가 나왔다!!! 할렐루야. 밥 먹으며 옆자리 아저씨랑 한 마디 말 텄더니 왜 한국을 경유해 베트남에 가는지, 베트남전 참전 역사부터 본인 와이프에 대한 사연까지 한 시간 넘게 수다를 떪. 아저씨 죄송한데 반은 제대로 못 알아들었어요........

12시간 : 마지막 1시간이 제일 안 간다!!! 으악!!!!!


다리랑 허리는 또 좀 아파야지.. 밥 먹고 앉아만 있으니 더부룩하고 이놈의 화장실은 계속 누구 있다고 불 켜져 있고! 그냥 비상구 쪽으로 돌아다니면서 창 밖 사진만 찍어댔다. 창가에 맺힌 얼음을 보고 이 높이의 밖은 얼마나 추운지 궁금했다.

그러다 들린 방송.. "아메리카코쿠 햐쿠고쥬 햐쿠욘쥬.. 겐자이 나리타데노 뎅코와" 어쩌구저쩌구!!!

내리자마자 달려갔지만 환승 줄이 지구반 바퀴~~~~~~~~~~

오헤어는 면세점이 구려서 나리타에서 쇼핑하려고 했는데 진짜 시간이 촉박해서 탑승 마감 10분 전까지 급하게 샀다. 여행 다니면서 짐 늘어날까 봐 뭘 안 샀어서, 지금은 손에 덜렁덜렁 들고 타도 바로 집에 갈 수 있으니까 샀다. 특히 도쿄 바나나!!!

나리타에서 인천까지도 3시간이 넘는 은근 긴 비행이었다. 근데 저녁시간이라 그랬는지 기내식을 줬다.

JAL의 '나스비 정'이다. 안에 보면 설명서 같은 게 들어있는데 닭고기랑 오야코동, 야채튀김, 떡 등이 들어있다고 한다. 간만의 동양 음식이라 기대하며 한 입 물었다가 욕할 뻔했다. 너무 짜고 안 달아도 되는 것들이 달아서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안 짜겠지!' '이건 안 달겠지?' 하면서 젓가락을 대는 족족 요상한 맛이어서 안 먹고 내버려뒀다.

그리고 슈퍼배드를 보는데 한국어 자막만 없는 슬픈 상황.. 흑흑

나리타에서 6시 비행기였는데 인천 도착하니까 9시쯤이었다. 수하물 찾고 이것저것 다하니까 거의 10시가 다돼갔다. 6개월 만에 엄마 아빠를 상봉했다!!!!! 쪼끔 어색했다. 히히히히 그래도 한국말로 막 수다를 떨기 시작했더니 너무나 신났다!!!


그리고 뭐 먹고 싶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동네 곱창 딱!!!!!

집에 돌아오는 길엔 없던 가게도 많이 생겼고 낯설었다. 여름에 떠나 겨울에 돌아온 우리 동네.

새로 산 침대였는데 얼마 안 돼 떠나서 아쉬웠던 내 침대에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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