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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님 Aug 21. 2016

[나 홀로 미국 서부 여행 2탄] 1일차

출국, ICN - SFO - SEA

대망의 미국 여행 2탄!!!


취뽀하고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있었다.

처음 한 달은 못 잤던(?) 잠자고 못했던(?) 게임하느라 다 보냈다.

그다음 한 달은 멍 때리며 보내다가 이렇게 시간을 버릴 수 없단 생각에 비행기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날씨도 너무 춥고 백수여서 가난뱅이였기에 가까운 동남아를 가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표를 알아보니 가격대가 조금 높았다. 그리고 사실 동남아는 내가 내켜서 가는 건 아니어서 뭔가 아쉬웠던 차에 미국은 얼마일까 United. SEA IN - LAX OUT을 봤는데 70만 원도 안 하는 거..

내가 몇십만 원 내고 동남아 갈 바엔 조금 더 내서 미국을 가겠다고!!!!!!!!(물론 여행경비가 천지차이)

2년 전 향수에 젖어, 그렇게 시작하게 된 18박 19일 나 홀로 미국 서부 여행 2탄. 스타트!


2016/02/02

공항 가는 길 - 마이 앤트 메리

공항 가는 길. 따뜻한 곳(?)으로 가니 두꺼운 옷은 짐이 되니까 얇은 걸로 최대한 레이어드 해서 입었는데 공항버스 기다리다 얼어 죽을 뻔했다. 그래도 너무나 신나는 기다림.

비행기 타기 3시간 전쯤에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맡기는데 직원분이 "F1이세요?" 해서 시무룩하게 "아뇨 여행이요.." 했다 ㅠ ㅠ 학생으로 미국에 가고 싶었다. 짐을 부치고는 프리 와이파이가 인색한 나라에서 멘붕을 방지하기 위해 24시간 로밍을 하고 한국 번호는 정지했다.

비행기 안에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맥북에 외장하드에 카메라에 별거별거 다이고 왔더니 출국 줄 기다리는데 어깨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신나게 3사 면세점을 다 구경했지만 살게 없었다. 돈이 없었겠죠 네네.. 그래서 그냥 차차틴트 하나만 샀다!

허세샷.. 은 개뿔 이코노미. 하늘 덕후지만 장거리니까 창가를 포기하고 복도 쪽 좌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화장실에 굴복..

신나게 게이트 앞에서 노래 듣고 SNS 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거의 다 탔을 때쯤 탑승을 시작했다.

신나게 이것저것 기계들을 꺼내놓고 가방을 오버헤드빈에 넣고 앉았다. 비행기는 후진을 하고 웰컴어보드! 방송이 나오는데 기분이 이상해서 생각해보니 아이팟을 안 가져왔다! 데이터 신호 끊기면 13시간 동안 노래 못 듣는 상황..


비행기 안에서 뭐했냐면

2시간: 잘려다가 밥 준다길래 안 자고 기다렸다. 30분 뒤쯤 치킨 or 비프? 해서 치킨 먹었는데 콩월 콩일이라 그런지 샐러드에 콩밖에 없고 닭가슴살 넘 맛없었다! 그리고 음료는 당연히 콜라♡ 밥 먹으면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을 보기 시작했다. 전에 봤던 건데도 톰 크루즈 숨 참는 장면에서 나도 같이 숨 참고.. BMW를 사야겠다고 느꼈다^^


2시간 46분: 화장실 줄이 한 시간 내내 줄질 않는다. 옆자리 아저씨 밥 먹고 이쑤시개로 이 하나씩 쑤시고 '쨥쨥' 혀로 소리 내더니 이제 와인 먹고 트림해서 포도 썩은내난다.


3시간: 미션 임파서블을 다 봐서 맥북에 담아온 영화나 볼까 하면서 끙끙대며 가방 내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외장하드를 안 꺼냄.. 소심하게 그냥 앉아있음


3시간 반: 가만히 30분 고민하다가 외장하드 꺼내야 갰다 싶어서 오버헤드빈 열었다가 내 가방 머리에 떨어져서 맞음.. 안 아픈데 너무 쪽팔림. 그래서 그냥 노트북 넣고 비행기에 있는 영화 보기로.. 매드 맥스 보다가 임모탄 목소리가 너무 가래 끓어서 못 알아듣겠어서 한국어로 봤더니 V8! V8! 을 "8기통! 8기통!"이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시간 20분: 매드 맥스 다 보고 맨 프롬 엉클을 보는데 재미가 없어서 사라진 시체를 보는데 재미가 없음..


6시간 8분: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질질 짬 ㅜㅜ 그리고 핸드폰에 있는 god 콘서트 영상을 다 돌려봄.. 골반이 부서지는 기분


7시간 반~8시간: 살짝 졸았는데 잠결에 고도 내려가는 느낌이 나서 자는 사이에 다 왔나 보다 하면서 신나서 일어나서 시계를 봤는데 30분 지남 죽고 싶음


8시간 13분: 골반 터질 것 같아서 화장실 갔다 오려고 일어나서 스트레칭함. 콩시 콩콩분!! 스트레칭해봤자 다시 앉으니까 다시 아파 죽겠음. 마션을 보기 시작


8시간 50분(한국시간 2:50 AM): 아침―breakfast 랬다 진짜―먹음. 오렌지쥬스 맛있다 냠냠.

이거 먹고 도착할 때까지 좀 잤당!


근데 도착하고 나서 기쁜 마음도 잠시, 입국심사하는데 헬게이트가 열림. 간만에 와보는 미국이라 ESTA도 신청 안 하고 출발할 뻔했던 건 새발의 피였다. 다음은 입국 심사대에서 나눈 대화.


방문 목적이?

- 여행이요!

얼마나?

- 3주.

언제 돌아가?

- 2/18일이요.

이터너리 줘봐

- ???????!!!!!!! 출력 안 해왔어요..

e-ticket 있어야 돼.

- 제 메일에 United에서 이터너리(e-ticket) 온 거 있는데 이거 보여드림 안될까요..?

메일 안돼.

- 아 그럼 메일 말고 United 어플에 있는 여정이랑 탑승권 보여드릴게요.


간만에 하는 영어였는데 당황까지 해서 힘들었땈ㅋㅋㅋㅋ어플을 보더니 흐음-하며 다음 질문을 시작했다.


학생이니?

-아뇨 그건 아닌데..

그럼 일해?

- 그것도 아니지만..I will start to work at March.

(표정 썩음)

- In Korea.

(표정 풀림) 오케이. 무슨 일?

- 프로그래머.

어디서?

- 쌤썽.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애사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샘성! 여행 혼자 해?

- 응.

그럼 너가 여기 적은 방문자 이 사람 누구야? He or She?

- He.

Boyfriend?

- (순수한 마음으로, 남자 사람 친구니까, 아무 생각 없이) Yes!

(표정 썩음)

- Oh nonono. I mean, a male friend. We're just friends.

(아직 의심스러운 표정) 오키. 티켓은 뭔 돈으로 샀어?

- By myself.

돈 어디서 났어?

- 나 원래 돈 있어..... 그전에 일도 했거든

어디서? 뭘로 일했어?

- 'ㅇㅇ'이라고 있어. 시큐리티 엔지니어.

ㅇㅋ 지문 스캔해.


하....... 그냥 학생이라고 뻥(?) 치는 것보다 혹시나 그래도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가 입국 거부당할까 봐 땀 삐질삐질 흘렸다.. 그렇게 받은 도장.. 감격. 그리고 TSA 통과하는데 흑언니한테 여권 안 꺼냈다고 혼나고.. 오래 걸려서 환승 두 시간 반이었는데 탑승 10분 남아있었다.

덥다 더워. 얼마 만에 땀이 나는지 모르겠다. 화장실에서 세수 한 번 하고 탑승하러 갔더니 late inbound라고 1시간 지연이 됐다.

시애틀까지는 2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짧은 비행이라 창가 쪽에 앉았다. *하늘 덕후*

샌프란의 아기자기한 집들은 귀엽다. 바다 위의 활주로도 그렇고. 이때 지치고 힘들어서 타자마자 10분 하늘 보다가 푹잤다.

1시간쯤 잤을까 스낵 소리가 들리길래 벌떡 일어나서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비행기 창으로 보는 하늘은 언제나 진리. 해가 뉘엿뉘엿해져서 구름이 금색이 돼서 더 예뻤다.

시애틀에 다 와간다는 방송이 나오고 고도가 낮아지는데.. 유럽을 안 가봤지만 유럽 같았다.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처럼 집이 아기자기하고 나무가 초록초록하고 예뻤다. 그냥 시애틀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던 듯. 일단 비가 안 오는 것만으로 감사.

드디어 도착한 SEATAC 공항! 친구가 픽업 나오기로 해서 연락하려는데 로밍 하긴 했는데 셀룰러는 잘 안 잡히고, 통화료는 좀 비싸고, 와이파이도 안돼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했더니 1시간 늦을 것 같다고..... 후..

그래서 노숙자처럼 앉아있었다. 너무 힘들었따. 빨리 샤워하고 싶었다. 근데 캐리어가 축축해서 열어보니

캐리어 안에서 아까워서 잘 쓰지도 않던 키엘 스킨이 샌 것 같았다. United breaks shirts......

내가 미국이라니 너무너무 신나는 마음으로(사실 짜증남) 기다렸다. 나를 위해 집카까지 렌트해서 와주신 친구님께 감사를.

그리고 곧바로 케리 파크 야경 보러 고고! 하는데.. 아니 면허 따고 운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더니 차를 왤케 거칠게 몰아.... 부산보다 심하네.. 신호등 빨간불인데 왜 풀가속했다 풀 감속하는 거야.. 옆에 손잡이 잡고 박지만 말라고 기도했다.

과속하다 경찰한테 혼날 뻔하고 엄청 험한 산동네를 올라가더니 여기가 케리 파크라고. 응..? 뭐라고? 어두워서 파크인지 뭔지 하나도 안 보여.. "여기 보면 시애틀 다 본거야"라고.

올라오는 길에 예쁜 차들이 많았는데 산동네에 있는 집일수록 부자라고 했다. 엄청 험하고 주차도 빡셈..

시카고 야경 보고 살았어서 웬만한 야경엔 감동이 안 오는데 스페이스 니들이 참 맨 인 블랙 생각나고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친구는 빨리 가자며 갈 데가 있다고 재촉했다.

그러며 나를 데려간 곳이 파이브 가이즈!!!!!!!!!!!!!!! 최고의 친구다..

그래 내가 이거 먹고 싶어서 그간 얼마나 눈물지었는데. 버거는 파이브 가이즈가 짱이라고! 두근두근

콜라 자판기 이게 얼마만이야 뭐 먹지 체리콕? 바닐라 콕? 핰핰

베이컨에 마요, 렐리쉬, 양상추, 토마토, 구운 양파, 버섯 넣었당. 내 취향은 아님(속닥)

맥주랑 햄버거를 먹는데 출발 전 날도 별로 안 자고 비행기에서도 많이 못 잤더니 너무너무 피곤해서 두 입 먹고 속이 안 좋아졌다. 이 때는 밥 잘 안 먹던 때라 라면도 1개 다 못 먹던 시절이었다.....지금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디어 시작이구나 미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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