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끼들은 다 귀엽다

염색체 부자 하늘이는 무럭무럭 성장 중

by 정현태

아기들은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복음서에서 하나님께서는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린아이와 같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니체 또한 인간 정신의 변형 과정을 설명하면서 낙타에서 사자로, 그리고 사자에서 어린아이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얀 백지와도 같은 존재,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고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 그렇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에 휩싸여 살아가는 이 존재는 감히 신의 파편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존재들을 오랜 시간 동경해 왔습니다.


이런 제게 신의 파편인 하늘이가 찾아온 것은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세포 분열을 거듭한 뒤 사람이 된다.' 이게 말이 쉽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정말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한 일입니다. 나의 일부로 하여금 새 생명을 만들어낸 것도 신비하지만 이 생명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 건 또 다른 신비입니다. 저는 하늘이에게 우유 주는 시간을 제법 좋아하는데, 우유를 주면서 하늘이의 이곳저곳을 뚫어져라 살피면 정말 신비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이 작은 것이 나중에는 나만큼이나 커진다는 것을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렇게 체감이 되지는 않습니다.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온 지난 7개월 간 벌써 많이 컸습니다. 잘 인지하지 못하고 지냈지만 예전 사진들을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몇 년은 족히 입을 것처럼 헐렁했던 옷들이 이제는 딱 맞거나 못 입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우유를 잔뜩 먹어 빵빵하게 튀어나온 배가 옷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주름을 찾기 어렵습니다. 눈알만 굴릴 줄 알았던 녀석이 이제는 자기 발을 잡고 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쏭달쏭한 무표정밖에 지을 줄 몰랐던 녀석이 이제 저와 아내만 보면 방긋방긋 웃습니다. 어떤 날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하고 싶은지 하루 종일 옹알이를 합니다. 얼마 전부터는 목을 가누기 시작해서 누워서 천장만 보고 있는 것보다 앉아서 앞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듯합니다. 우렁찬 울음이나 짜증 섞인 투정으로 제법 의사표현도 합니다. 심하게 예민한 날에는 엄청난 옹알이와 잦은 울음 때문에 저와 아내의 귀에선 피가 나올 정도입니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염색체 이상에 따라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많은 문제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하늘이는 임신 초기 태아수종이라는 몹쓸 병 때문에 고생한 것 치고는 지금까지 굉장히 건강하게 성장해 왔습니다. 지난 7개월간 배탈이나 고열 등 그 어떠한 잔병도 없었는데, 초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두 달 넘게 사경을 헤맨 일화를 떠올리면 이는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금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하늘이의 발달 속도가 다운증후군 아이들 중에서도 조금 느린 편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임신 기간보다 10주나 일찍 태어난 것이나, 태아수종으로 인한 경미한 뇌손상, 그리고 아이들마다 발달 속도가 천차만별인 것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겠지만 부모 된 자로서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쓰고 보니 '새끼들은 다 귀엽다'는 제목으로 아무 이야기나 막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서 보태자면 하늘이가 참말로 귀엽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기를 볼 때면 경이롭다는 생각만 했지 귀엽다는 느낌은 잘 받지 못했는데, 제 아기라고 확실히 팔이 안으로 굽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점점 커가면서 귀여움을 잃어갈 텐데 조금이라도 더 귀여울 때 이 귀여움을 마음껏 만끽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 앙증맞은 하늘이의 사진 몇 장 첨부해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KakaoTalk_20250315_163135408.jpg
KakaoTalk_20250315_163135408_01.jpg
KakaoTalk_20250315_163135408_03.jpg
KakaoTalk_20250315_163135408_02.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브라질에서 쓰는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