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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Jun 02. 2022

'해냈다.'는 것은 착각이다.

의지라는 착각

'해냈다.'는 말은 나의 노력과 의지로 무언가를 이루어 냈다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당신은 무언가를 해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A라는 사람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명문 대학교에 입학했다. 언뜻 보면 A가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해서 누구나 선망하는 결과물을 얻어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편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A가 만약에 한국이 아닌 아프리카의 어느 빈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도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A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도 명문대의 비싼 학비를 감당할 여력이 안된다면 명문대에 입학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러니 A가 혼자만의 힘으로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건 착각이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요인들이 그 영향을 주고받아 그 결과로 A가 명문대에 입학한 것이다. 


의지라는 것은 또 어떠한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의지(보통은 세속적인)가 있는데 누구는 그 의지를 발현시키고, 누구는 그 의지를 발현시키는 데 실패한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도 A는 의지가 있었고, 결국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발현시키지 못하지 않는가? 다이어트에 대한 굳은 의지가 있지만 수년간 거듭되는 실패를 거듭한 B가 어느 시점에 의지를 현실로 발현시키는 데 성공하여 탄탄한 몸매를 갖게 된다면, 이것이 그저 의지의 강약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갑자기 의지가 강해진 원인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모든 일이 관계의 꼬임으로 발생한다. 일차원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이 말은 성공의 과정을 지나치게 일차원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 말이 정답이라면 세상에 실패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노력을 아무리 해도 우리는 번번이 실패한다. 의지를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노력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성공하고 싶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광활한 평야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해보자. 당신이 그 보물을 찾고자 한다면 '언젠가는' 그 보물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보물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의지와 노력은 성공으로 향하는 디폴트 값이다. 나머지 수많은 변수들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다. 하늘에 맡기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실패도, 성공도 대단할 것이 없다. 무언가를 해내는 데 있어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몇 가지 변수뿐이다. 그러니 당신은 '우연히' 해낸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 해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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