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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Jun 22. 2022

'말'로 만들어가는 각자의 우주

당신의 우주가 따듯하기를

내가 뱉은 '말'은 끊임없이 우주를 재편한다. 



우리는 같은 시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사건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개개인의 시선은 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각자의 우주'에서 살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머리 스타일이 바뀐 친구 C를 만났을 때

A : 머리 스타일 바꿨네! 너무 잘 어울린다.

B : 머리에 무슨 짓을 한 거냐?


같은 현상을 보고 다르게 반응하는 두 사람을 봤을 때, 과연 이들이 같은 우주에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B의 태도에서 그간 그가 어떤 우주를 만들며 살아왔을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백번 양보해서 저 말을 뱉기 직전까지 두 사람이 같은 우주에서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들의 우주는 서로 분리되고, 또한 재편된다. C는 이 일을 계기로 A에게는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B에게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C의 우주도 재편되었다.


살면서 이런 일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나지만 이 작은 불씨가 삶 전체를 화염 속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C가 훗날 사업적으로 대성한 뒤 요직에 앉힐 사람이 필요하여 A를 고용했고, 그 시각 B는 그가 말로 쌓은 업보인 줄도 모르고 '세상은 불공평해.'라는 말을 줄곧 내뱉으며 살아간다. 그의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다. A는 이후로도 승승장구하고, B의 삶은 계속해서 내리막길이다. 


말이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지만,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습관적으로 말을 내뱉는다. 그게 무슨 말이든 일단 한 번 뱉어진 말은 필연적으로 어떠한 결과물을 만든다. 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많은 일들이 연쇄 작용으로 일어나며 여러 결과를 낳고, 끝내 만들어진 그 결과물 자체도 다시 필연적으로 어떠한 결과로 이어진다. 



내가 뱉은 말이 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까 두려워 묵언 수행을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잠시 멈춰 서 당신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어떤 말을 뱉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투명하게 바라보라는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당신이 뱉은 말을 통해 당신의 우주가 수없이 재편되었다. 그 말들은 삶 가운데 많은 것들과 작용해서 무수히 많은 결과물을 만들게 될 것이다. 당신의 우주가 따듯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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