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목 Jul 23. 2022

내가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니

깨달음의 순간은 찰나

한 친구가 말해주었다. 나는 다정한 사람이 아니라 세심한 사람이라고.


34년을 내가 따듯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다. 친구의 말을 듣고 오래 생각하지도 않았다. 깨달음을 얻는 것은 늘 찰나의 순간이다. 나는 본질적으로 정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내가 가진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난 오히려 자기중심적이고, 냉혈한 사람에 가깝다. 나의 곁을 지키는 이들은 극소수로 제한되어 있고, 내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얼마 있지도 않은 내 온기를 쥐어짜 나눌 수 있는 이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만사 세심한 편도 아닌 것 같다. 나는 큼직하고, 뭉툭한 사람이다. 당신이 나를 다정하거나, 세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당신에게 진심인 것이다. '삶과 인간'에 지극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는 다른 이들의 마음을 잘 돌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이 호기심 덕에 상대방이 어떤 상태에 있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무엇을 필요로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도 번번이 헛발질이다. 쓰다 보니 전 여자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영문도 모르고 혼이 났던 적이 많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다 그럴만했다. 큼직한 나는, 뭉툭한 나는 어지간한 것들이 다 이해되는데 이런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답답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웃음이 나온다. 어쩜 이렇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을까. 아마 다정하고 세심한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요즘은 내게서 온기가 새어 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이 조금 더 있는 것 같다. 내가 가득 차니 그제야 주변을 돌보기 시작한다. 이 시간이 최대한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필연일까, 우연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