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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Sep 02. 2022

양귀자 작, 『모순』을 읽고

책을 읽고 보니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그렇다. 우리 삶은 모순 그 자체. 그런데 어쩌면 속사정을 다 알지 못하니 모순이라 치부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미세한 작용 하나까지 다 알 수만 있다면 삶은 어쩌면 철저한 인과율의 작용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쨌든 우리는 '나'라는 몸뚱어리에 던져졌고 무아의 경지에 도달하지 않는 이상 삶의 펼쳐짐을 그대로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래, 삶은 모순적인 것이 맞다.


본질적인 것들을 잘 보지 못하고 피상적인 것들에 쉽게 매료되니 행복 전도사의 자살이나, 유명 아이돌의 우울증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모순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늘 마음을 하얀 도화지처럼 만들고 사건이나 사물들이 본디 가진 색으로 와닿아 칠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내가 칠하는 것이 아니라 칠해지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모순을 모순이라 여기지 말고, 모순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찾는 것이다. 우리 삶은 너무나도 피상적이니 말이다. 


이성이니, 철학이니, 본질이니, 아무리 떠들어봐야 이 삶이 지극히 모순적인 것은 이 책의 끝부분에 주인공의 독백으로 여실히 드러난다. 이 삶은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p296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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