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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Oct 18. 2022

공부방을 시작한 지 꼬박 2년이 되었다.

열심히 하면 다 될 줄 알았다.



나는 늘 이런 식이다. 삶은 고통이라고 줄곧 내뱉고 다니면서도 행동하는 건 꼭 소풍 다니듯 가볍고 경쾌하다.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금방 사업이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1년 하고도 6개월 동안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참 답답했다. 다른 학원에서 도태된 아이들이 나를 만나 정상 궤도에 오르고, 나와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영어뿐만 아니라 나로 인해 삶 가운데 좋은 영향을 받는 학생들이 생기고, 이 모든 것들로 말미암아 학부모님들의 만족도가 좋은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웃긴 건 한 명이 나가면 한 명이 들어오고 하는 식이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신이 '너는 그릇이 딱 이 만큼밖에 안 되니 딱 그만큼만 해.'라고 정해놓은 느낌이었다. 


운명에 순응하려는 내게 한 친구는 '솔직히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으냐.'라고 물었다. 그렇기는 했다. 할 수 있는데 끝끝내 안 한 것이 한 가지 있기는 했다. 학교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것. 이건 도저히 내키지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러한 식의 광고를 내 성격으로는 절대 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삼시 세 끼도 못 챙겨 먹을 정도라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친구에게는 열심히 하겠다며 안심시켰지만 특별히 새롭게 한 것은 없었다. 묵묵히, 내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지도했다.


그러다가 올해 5월 달부터 학생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학생들이 충원되고 모든 클래스가 마감되었다. 어안이 벙벙해져 상담 전화를 주시는 어머님들께 도대체 어떻게 알고 전화를 주시는 거냐고 여쭈니 소문이 무성하단다. 이것도 참 재미있는 것이 소문이 무성하면 상담 전화가 꾸준히 와야 하는데 어느 순간 상담 전화가 뚝 끊겨버렸다. 또 한 번 신이 말씀하시길, '이 정도면 되었다.'라고 하신다. 나는 속으로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내뱉으며 고개를 조아린다. 나는 1년 6개월 동안 열심히 농사를 지었고, 가을이란 계절을 허락하신 건 하나님이시다. 


2년 전 공부방을 오픈하면서 쓴 글을 보니 당차게도 썼다. 

3년 안에 세종시 최고가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3년 뒤, 그때가 되면 나한테 영어를 배우고 싶으면 줄을 서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만들 것이다.  - 2년 전에 쓴 글 중에


3년 안이라고 했으니 아직 1년이 남기는 했는데 현실적으로 세종시 최고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일단 줄을 서게는 만들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가 한 것은 열심히 한 것이고, 결과는 하늘이 주신 것이다. 그래서 겸손해야 하고, 그래서 한없이 감사하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2023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본다. 우리 학원에서만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싶다. 단순히 영어 선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학습 코치이자 라이프 코치가 되고 싶다. 우리 아이들에겐 선생보다 코치가 필요하다. 영어 성적 향상이 아니라 고통으로 가득 찬 삶과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워주고 싶다. 할 수 있을까? Yes, I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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