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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Feb 26. 2023

나를 버리는 연습, 내 삶의 숙제

동그라미 2기 참가 후기


'동그라미'는 좋아하는 동료 원장님께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꼭 참여하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그날 다른 일정이 있어 참여가 어려웠다. 원장님께서 어찌 내 마음을 아셨는지 프로그램 중도에 가게 되더라도 꼭 한번 와보라고 먼저 제안하시기에 기꺼이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현실을 살아낼 때 주로 표면상의 감정만을 받아들이며 산다. 삶이 지나치게 바쁘다 보니 에너지가 주로 밖으로 향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에너지를 나의 내면을 위해 쓸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게 된다. 나의 내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니 우리는 상대방 또한 제대로 보지 못한다. 관계는 그저 피상적이며 서로의 겉모습만 열심히 핥다가 끝나버리는 관계가 일상이 되어버린다.


맑은샘이 주관하시는 동그라미는 이런 현대인들이 잠시 멈춰 서서 나의 내면을 바라보고, 내가 관계하는 상대방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유도한다'는 말에는 굉장한 의미가 있다. 지식은 전달되는 것이지만 지혜는 오로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가 읽히고, 수많은 명강의들이 수강되지만 거기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삶을 주도적으로 바꿔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스로 깨달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 원효대사님은 해골물을 마시고 자신이 소우주라는 사실을 깨달으셨지만 범인은 같은 상황에서 재수 없다며 구역질 섞인 쌍욕을 몇 번 뱉고는 주막에 앉아 막걸리나 퍼마실 일이다. 맑은샘은 원효대사님이 깨달음을 얻은 순간처럼 프로그램 참가자가 스스로가 '아!'하고 지혜를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집요하게 유도한다. 참가자들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다가 하나, 둘씩 지혜의 영역에 도달한다.


나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를 버리는 연습을 해오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상대방을 존재 그 자체로 보는 연습이 제법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또다시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인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일상에서 나와 주로 관계하는 사람이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다 보니 이런 깨달음을 얻으면 학생들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쏜 화살을 맞아 상처투성이가 된 아이들...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참 부족한 사람이구나, 참 부족한 선생이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한편으로는 이 기회로 학생들을 더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러운 마음도 든다. 학생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는 마음도 들고...


동그라미 프로그램은 앞으로 매달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한 번 참여해 볼 것을 권한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었던 일이었는데 이렇게 기회를 주신 맑은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단 말씀을 전한다. '수목샘께도 참가를 한번 권해봐야겠다.' 이런 마음이 드는 찰나의 순간들이 경이롭다. 한 사람의 삶에 점 하나를 찍는 순간들... 나는 누군가의 삶에 어떤 점을 찍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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