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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Jan 20. 2023

가르치고자 했는데 오히려 배우다.

별샘과의 만남부터 마음이 캠프까지

나는 20대부터 배움과 성장에 대한 의지가 무척이나 강했다. 어쩌면 그것은 의지라기보다는 욕망에 가까울 정도였다. 좋은 스승이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늘 혼자였다. 그렇다 보니 의지가 있더라도 정처 없이 헤매기 일쑤였고, 성장은 더디게 이루어졌다. 어떤 때는 스스로 해내지 못하고 누군가를 찾는 나 자신이 나약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채근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거북이처럼 걸어갔다. 책 속의 인물이나, 그 책을 쓴 저자들이 더없이 훌륭한 스승이 되어주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마다 매번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곁에서 보고 느끼며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스승이 너무나도 고팠다. 그러던 어느 날 독서 모임에서 만나 친분을 쌓은 한 누님의 소개로 별샘을 만났다. 지난 11월에 있었던 일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별샘의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께서 그간의 경험들, 지금 하고 계신 일, 앞으로의 계획들을 말씀해 주시는데 그걸 듣는 나는 가슴이 터질듯이 방망이질 치는 걸 느꼈다. 선생님은 내가 막연하게 꿈꾸던 세상을 이미 두루 경험하시고 더 원대한 곳을 향하여 나아가고 계셨다. 나와 큰 나이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이렇게 많은 성취를 이루신 것에 대해 적잖이 부러운 마음을 품기도 했다. 내가 선생님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도 선생님의 모습을 반 만이라도 닮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종일이라도 선생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주워 먹고 싶었다. 아쉬운 시간은 쏜살 같이 빠르게 흘러갔고, 우리는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만남이 있고 며칠 뒤, 선생님께서는 본인의 강의를 수강해 볼 것을 권하셨고 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강을 신청했다. 수강을 신청하면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마음이 캠프'에도 교사로 참여할 수 있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캠프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다만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면 뭐든 궁금했고, 그저 곁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또 배우기를 바랐다. 마음이 캠프에 참여하게 되면 꽤나 긴 시간 학원을 운영할 수 없게 되고, 나를 팔아 벌이를 하는 강사로서 수입이 끊기는 상황이었지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배울 수 있기에, 더 나은 선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학부모님들께 양해를 구하면서도 당당했다. 그렇게 지난 6일 마음이 캠프에 참가했다.





마음이 캠프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 방학마다 진행되는 캠프다. 내가 참가한 것이 21기이니 캠프는 벌써 10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셈이다. 마음이 캠프는 아이들의 학습과 진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을 챙기는 국내에서는 유일무이한 컨셉의 캠프이다. 캠프 기간은 그때그때 다른 것 같고, 이번에 내가 참가했던 21기는 각 각 초등부 4박 5일, 중고등부 4박 5일 동안 진행되었다. 나는 준비 기간 하루, 그리고 초등부와 중고등부 캠프 사이 선생님들의 휴식 시간 하루까지 포함해서 무려 10박 11일 동안 캠프에서 지냈다.





캠프 기간 내내 아이들을 지도하며 자꾸만 눈물이 차올라 힘들었는데, 캠프 첫째 날과 둘째 날에는 유난히 더 힘들었다. 여러 번잡한 생각과 느낌들이 오갔다. 순수한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이렇게 뛰어놀아야 하는데 핸드폰이라는 작은 세상에 갇혀 참된 즐거움을 모르고 자라는 요즘 아이들이 참 불쌍했다. 첫날 낯을 가려 쭈뼛대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없이 밝아지는 것을 보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밖에서는 문제아라며 손가락질받을 아이들이 캠프에서는 그 어떠한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평등하게 교사의 사랑을 받았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밖에서는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니 얼마나 많은 결핍이 있겠는가? 교사들은 한 번이라도 더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한 번이라도 더 아이들에게 눈길을 주고, 한 번이라도 더 아이들을 안아주려 했다. 교사들의 헌신을 지켜보며 또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그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는가?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삼켜냈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재우고 늦은 새벽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그 하루를 살아낸 학생들의 모습을 복기하고, 다음 날을 더 촘촘히 계획했다. 그러고 다음 날이 되면 서너 시간 자고 일어나 피곤할 법도 한데 또 방긋 웃으며 활기차게 아이들을 맞이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이러한 노고를 꿈에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와 유쾌한 웃음소리는 선생님들이 먹는 최고의 피로회복제였다.





부모의 강제로 캠프에 온 아이들도 캠프 마지막 날 소감문을 적어낼 때에는 대부분이 다음 캠프에도 또 오겠노라고 말한다. 얼룩덜룩 때 묻은 내 마음은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참 어렵다. 그렇게나 자유로운 방학에, 그렇게나 따듯하고 편안한 집을 떠나 캠프에 또 오겠다고 하는 아이들... 도대체 얼마나 즐거우면 그런 걸까? 마음이 캠프는 단순하게 놀기만 하는 캠프도 아닌데 말이다. 이제는 이해가 되지만,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교사들은 매방학 무보수로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캠프에 참가한다. 어느 교사는 오로지 캠프를 위해 미국에서 오기도 했다. 적지 않은 보수를 받고 해도 마뜩잖은데 항공권에 150만 원을 써가며 캠프에 오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다는 이유 단 하나 만으로... 무엇보다도 마음이 캠프의 책임자인 별샘은 적자가 나더라도 이 캠프를 운영하겠노라고 말씀하신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이 캠프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좋은 것이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로 참가한 캠프였지만 오히려 배우고 간다. 내 안에 있던 내면 아이도 마음이 21기 캠프에 참가하여 다른 아이들과 뛰놀며 함께 웃고, 또 함께 울었다.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나 힘들었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22기 캠프가 기다려진다. 또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그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은 또 어떨까. 나는 그 아이들 속에서 또 어떤 감정을 느끼고, 또 어떠한 것들을 배울 수 있을까.


2023년 새해를 이제야 제대로 맞이하는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우리 아이들을 조금 더 사랑해 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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