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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Apr 20. 2023

브라질에서 온 내 부인

혼인을 신고하며


결혼했다. 그녀와의 관계를 시작한 지 143일째 되는 날이다.



법적으로 부부가 된 것이 오늘일 뿐, 결혼을 결심한 건 한참 전 일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그것보다도 한참 더 전의 일이다. 고민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꿈에나 그릴 법한 훌륭한 여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고민이 되었던 것은 우리 둘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이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이미 마음은 결혼 쪽으로 한참 기울었음에도 이 결혼하면 안 되는 이유를 애써 찾으려 했던 것 같다. 대한민국 통념상 이 결혼을 이상적인 판단으로 보기는 어려우니까. 마음이 번잡할 때마다 뜻대로 하시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결혼으로 인도하셨다. 나는 실로 그리 믿는다.


이제 나의 부인이 된 마기다는 나의 모든 결핍을 해소하는 그야말로 'amazing'한 여자다. 아무리 친한 사람일지라도 같은 공간을 공유함에 있어서는 큰 불편을 느끼는 나지만 그녀와 같은 공간을 공유할 때에는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그녀는 나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영역을 가꾼다. 초목 하나 없이 황량하기 그지없어 먼지만 나뒹굴던 대지에는 어느새 개울이 흐르고 꽃이 핀다. 엉망이었던 내 삶은 그녀로 하나둘씩 정돈되기 시작한다. 나의 그늘진 부분이 그녀에게는 양지가 되고, 그녀의 그늘진 부분은 나의 양지가 된다.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초월한 어떤 연대가 우리 사이에 존재함을 느낀다. 불완전한 우리는 서로를 만남으로써 비로소 완전한 하나가 됨을 느낀다.


부모님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염려 속에 마기다와 나는 부부가 되었다. 어느 부분 하나 일반적이지 않은 이 결혼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사자인 우리는 각자의 삶 가운데 느꼈던 어떤 확신보다도 더 강렬한 확신을 서로에게 느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을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앞으로 펼쳐지는 삶을 받아들이고 되도록 좋은 향기를 뿜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지켜봐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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