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청은 본인의 삶을 잘 산 것이다.
자기의지를 믿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이 논리적이지 않은 것 같다. 자의식을 해체하고, 정체성을 만드는 것 등 자청이 언급하는 역행자 7단계 모두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자청이 강조하는 독서와 환경을 바꾸는 것 등 그가 권하는 어느 조언이든 거기서 '자기의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역행자 7단계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면 누구나 경제적 자유에 이를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7단계마저도 급조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7단계 가운데 중복되는 부분이 여럿 나오고 5단계 역행자의 지식의 경우에는 '그래서 뭘 어쩌라고?'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책에서 자청이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흔적을 엿볼 수 있고, 그 가운데 그 지식들을 가져다가 그대로 쓰거나 자기표현으로 바꿔 쓴 부분들은 어느 정도 공감이나 동의를 할 수 있었지만 대체로 자기의지를 요하는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뿐이지만, 여기에도 분명히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청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스스로 서술한 부분들 중에 변화는 내부에서 시작되기보다는 외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외부는 주변 관계를 포함하여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의 흐름'도 포함된다. 자청이 독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 누나가 신설 도서관을 추천했기 때문이며, 자청의 외모가 나아질 수 있었던 것 것도 '지한'이라는 친구 덕분이다.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자청이지만 책을 쓰는 과정에서 마감 기한을 11번이나 어겼고, 출판 담당자에게 1000만 원이라는 돈을 판돈으로 걸고 나서야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 밖에도 많은 사례가 책 속에 소개되고 있고 이 모든 사례들이 모두 '시간의 흐름'과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이 자명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떠들어도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은 극소수에 달한다고 불만조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것은 삶의 당연한 이치이다. 각 각의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어떤 미션(개별적 코드)을 가지고 태어나는 듯하고 이들의 '시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이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하는 조언들은 어떤 강력한 힘이 없고, 그저 얻어걸리기 식으로 몇몇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는 듯하다. 이런 식의 사고가 자청이 말하는 내 자의식의 한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삶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과 관계함이 너무나도 자명할 때에 자기계발서가 설 자리는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내 세계관이 정신적인 데에서 물질적인 데로 강력하게 옮겨가고 있는 바(의지라기 보단 시간적 흐름에 따라), 몇몇 구절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함과 동시에 어떤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는 부분은 부인할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