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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Sep 03. 2023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며

챕터 5

삶이 궁금하여 명리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공부할 양이 지나치게 방대하고, 하나로 정립된 이론이 없어 몇 달 공부하다가 관두었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내 사주를 비롯하여, 주변인들의 임상을 통해 확인한 바로 한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뭔가 있다.'


명리학에서 남자에게 있어 '재성'이라고 하는 것은 돈과 여자를 의미한다.(이것은 아주 단편적인 해석이라 맹신해서는 안 됨을 서두에 밝힌다.) 내 사주팔자에는 재성이 없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히 다른 남자들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분명하다. 보통 이런 경우에 단편적으로는 주변에 여자가 없다, 돈이 없다는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아주 단편적인 해석일 뿐이며 사주팔자의 해석은 여덟 자의 신묘한 조합으로 판단해야 한다.) 처음 사주 공부를 시작하며 경악한 것은 정말로 '운'이 도왔을 때만 내가 연애를 했다는 것이었다. 목, 화, 토, 금, 수 중 수기운(임, 계, 해, 자)이 내게 재성의 기운인데 정말로 2008년(무자), 2012년(임진), 2019년(기해)년에 3명의 여자친구를 만났고, 2022년(임인)년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2023년(계묘)에 결혼에 골인했다. 이걸 어떻게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사주에서는 10년 단위의 대운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대운이라고 하면 어감상 흔히 좋은 운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10년 간의 큰 환경 혹은 에너지가 바뀐다고 생각하면 된다. 책에 비유하면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것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2023년은 나에게 대운이 바뀌는 해이다. 이것은 앞서 설명했듯 내가 살아가는 환경이 크게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아내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결혼을 했고, 이사를 했으며, 교제하는 사람들이 바뀌었고, 사업의 안정화 및 외형적 성장이 이루어졌다. 앞으로 10년 간 나는 새로운 코드(임무)를 부여받았고,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큰 에너지(대운)가 나의 삶을 끌고 갈 것이다.


이사를 마무리하며 글이나 써볼까 책상에 앉았는데 어쩌다 보니 명리학 이야기가 되었다. 명리학 공부를 시발점으로 하여 마음공부, 영성 공부를 하며 내 삶을 조용히 관조하는 습관이 생겼다. 내 삶을 내가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외부의 힘에 의해) 살아진다.' 혹은 '(정해진 길을) 살아간다.'는 식으로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이다. 자유의지를 신봉하는 이들은 이런 나를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운명론적 허무주의에서 살아가지 않는다. 이 또한 나의 삶을 관조하며 깨달은 재밌는 사실이지만, 운명론을 신봉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삶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 또한 코드화(이 삶의 임무)되어 있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임을 안다. 그저 이런 '나'를 멀찍이서 바라볼 뿐이다.


또 다른 10년, 새로운 챕터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삶의 에너지라는 것이 내리 한 방향으로는 흐르는 것이 아니기에 별 볼일 없는 주식 차트처럼 오르고 또 내려갈 것이다. 지금처럼 에너지가 좋을 때는 그 기운을 만끽하고, 에너지가 좋지 않을 때는 그저 벌어질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느긋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이번 10년 간 내게 부여된 임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물을 많이 축적했으면 좋겠고, 그 재물들을 주변인들과 나누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고, 재물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했으면 좋겠다. 살아가자. 사랑하고, 감사하며, 그렇게.


이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짜장면을 먹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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