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목 Oct 10. 2023

온마음 담아 보내는 글

어머니에게

어머니, 아들입니다.


마지막 남은 골칫덩이 아들도 장가가고 만사형통인데 건강이 온전치가 않아 힘드시죠. 일평생 가족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 울 어머니 이제 좀 마음 편히,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는데 이 세상 일이라는 것이 참 다 가질 수는 없나 봅니다. 


얼마 전에 어머니 혀 통증이 더 악화됐다는 소리를 듣는데 자식 된 자로 마음이 참 좋지 않더군요. 어머니는 지난 수년간의 고통과 효과도 없는 치료의 반복 속에서 희망을 다 잃으신 모습이고, 나는 꼭 시도했으면 하는 방편이 있는데 어머니는 고집을 부리실 것이 뻔하고... 저는 그저 울음을 참아내며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고 하염없이 슬프기만 하여 어쩌면 좋을까 마음의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고집을 꺾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머니가 보시기엔 그저 어리숙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 같겠지만 세상만사가 궁금해서 여기저기 들쑤시다 보니 삶의 이치를 조금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저를 보고 어머니는 또 웃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귀여운 막내아들의 재롱처럼 가볍게 읽어주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의, 서양의학은 몸의 병을 치료하지 못합니다. 몸의 병을 감출 뿐이죠. 기침이 나오면 기침을 멎게 하는 약과 주사를 처방하여 기침을 하지 않게 만들지만 기침이 시작된 근본 원인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서양의학입니다. 사람의 몸이 공장이라면 증상(병)은 그 공장이 생산해 내는 제품입니다. 서양 의학은 잘못된 제품이 생산되면 그 제품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정작 가장 중요한 공장에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공장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또 잘못된 제품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몸은 정교하게 짜인 유기체입니다. 서로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서 그 증상이나 병이 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 약과 주사는 반드시 신체의 다른 부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사람들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지만 이 영향은 아주 미미할 수도, 엄청날 수도 있습니다. 약과 주사는 반드시 몸에 빚을 지웁니다. 우리 몸은 언젠가 반드시 그 빚을 갚아야 해요. 그 빚이 쌓여 문제를 일으키면 또 다른 병이 되죠. 그리고 그 병을 또 약과 주사로 막습니다. 이 악순환의 반복. 카드 돌리기로 카드 빚을 막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어머니가 혀 치료한다고 처방받은 수많은 약물들이 어머니한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저는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한방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한방의 이치가 훨씬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죠. 한방은 병의 근원을 찾아 치료하고 재발을 막습니다. 그것이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 병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 저는 한방을 차라리 신뢰합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건강한 식습관과 건강한 마음 상태입니다. 이건 자연의 생명체들을 바라보면 자명해집니다. 초원의 동물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음식을 먹고, 잠을 잡니다. 먹이사슬에 따라 먹히고 먹는 과정에서 죽는 것이 아니라면 모두 건강하게 제 명을 살다가 갑니다. 어머니는 이미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계시니 마음만 좀 더 가벼이 하시고 한방 치료를 잘 받으시면 어머니가 기대하시는 것만큼 빠르게는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꼭 나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건강이 나빠지는 건 한 세월입니다. 사람들은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고 착각하지만 안이 문드러지고 그것이 밖으로 터져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것을 다시 원상태로 복구하기 위해서는 또 한 세월이 걸릴 일입니다. 어머니는 나이까지 있으시니 시간이 더 걸릴 것이고요. 두 달 다니고 효과가 없어서 다른 치료법을 알아보시고, 다른 병원을 알아보시고 하는 건 이제 멈추시고 진득하니 한 군데 정하셔서 치료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마음가짐입니다. 어머니의 얼굴을 볼 때마다 제가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참 신기하게 한없이 포근한 인상도 가지고 계시고, 한없이 엄한 인상도 가지고 계십니다. 요즘 전국을 유랑하고 즐겁게 사시는 모습을 보면 전자의 모습만 있으실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마음을 너무 엄하게 쓰시는 듯합니다. 이건 이래야 해, 저건 저래야 해 이렇게 말이죠. 이것도 참 묘합니다. 자식의 국제결혼을 크게 마다하지 않으셨을 정도로 자유분방하신데 또 어느 부분에서는 어머니가 꽉 막혀있음을 봅니다. 사실 어머니의 이러한 성정을 저 또한 그대로 물려받았지요. 저도 한 자유, 한 고집하니까 말입니다. 혹시 마음 쓰고 계신 일이 있으시다면 저를 포함한 가족과 나누시고, 털어버리시고, 더 자유로워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다 내려놓고 이 병과 친구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든 싸워서 이겨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곁에 두고 알아서 떠나길 기다려보는 겁니다. 하지만 한방 치료받으시고, 한약 잘 챙겨드시면서 잘 구워삶아 하루라도 빨리 떠나게 해 봐야겠죠. 약의 효험을 믿는 것도 선택입니다. 어머니가 약의 효험을 의심하면 약 빨도 떨어집니다. 이미 연구 결과로 다 밝혀진 사실입니다. 위약(가짜약)도 환자가 그 사실을 모르고 먹으면 효과가 있고, 진짜 약도 환자가 그 사실을 모르고 먹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의학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는 한 이 몹쓸 병은 어머니 곁에 하루라도 더 오래 남아있으려고 할 겁니다. 


어머니! 제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제 삶에 어머니가 이토록 큰 존재라서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면 제 삶도 편찮습니다. 이 삶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큰 의미가 없어 당장에 죽어도 여한이 없는데 '가족'만 생각하면 살아갈 의미가 생깁니다. 우리 가족과 제가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관계의 끈이 너무나도 강함이 저는 느껴집니다. 이런 아들을 봐서라도 열심히 치료받아주세요. 대신 마음은 가볍게...


민재가 치료한 사례가 있으니 어머니를 모시고 오랍니다. 어머니는 또 온갖 의심과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계시겠지만 그러지 마시고 편안하게 다 내려놓고 '그냥' 한 번 다녀와보는 겁니다. 또 가야 할 일이 있다면 또 가볍게 그냥 다녀와보는 겁니다. 건강을 위해 시간과 돈 그 무엇이 아깝습니까. 하물며 어머니 건강만 생각하며 하루하루 염려 속에 살아가는 온 가족이 있을 때에 말입니다. 부담을 드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나 저희 모두가 바라는 것은 어머니의 지극한 행복 아니겠습니까.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1년, 그것도 안되면 2년 계속 시도해 보는 겁니다. 그 몹쓸 병과 언제까지 같이 살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빠른 시일 내에 병원 치료 시작합시다. 아시겠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