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법 대공개
드디어 알게 되었다. 결혼을 잘하는 방법을.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구닥다리인 나는 여전히 결혼은 인간의 삶에 필수라 믿는다. 정반합의 과정을 통한 과도기에 있을 뿐, 다시금 결혼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나는 꽤나 확신한다. 왜냐하면 결혼은 실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할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이것이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목적이 아니기에 일단은 접어두기로 하자. 나는 단지 쓰고 싶었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결혼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행복한 결혼을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내가 상대방의 사랑에 감사함을 느낀다.
2. 상대방이 나의 사랑에 감사함을 느낀다.
감사함 느끼는 순간은 상대적이다. 상대방에게서 어떤 호의를 받았을 때 A는 아무런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B는 조금의 감사함을 느끼고, C는 엄청난 감사함을 느낀다. 이러한 차이는 한 개인이 부모의 품을 떠나기까지 받았던 가정교육을 포함하여 그 사람이 여태까지 살아오며 경험한 일들의 총체로 생겨나는 듯하다. 같은 상황을 상정하면 위의 경우처럼 누군가는 감사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살다 보면 누구나 특정 상황이나 인물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이런 순간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감사의 순간이 많지 않다면 안타깝게도 당신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당신이 파란 하늘만 봐도 감사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결혼 생활이 행복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누구나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는 자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상황을 굉장히 좋아한다. 즉 우리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한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결국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기본 전제는 '받는 것'이 된다. 누구나 받고 싶어 한다. 그것이 달콤한 말이든, 물질적인 선물이든, 행동이든 말이다. 당신이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지극한 감사를 느낀다면 행복한 결혼 생활에 조금은 가까워졌다. 하지만 온전하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라면 이 감사가 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상대방 또한 당신 만큼이나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 이렇게 서로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며 '어떻게 내가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죽을 때까지 행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다가 깨달았다. 그 말이 내면의 깊은 감사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의 '사랑해.'는 '고마워. 당신에게 더 좋은 사람이고 싶어. 더 노력할게.'가 된다. 이 과정이 선순환이 되면 결혼 생활에 놀라운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주말에 집에서 편히 쉬고 싶은 나와 나들이를 가고 싶은 아내는 서로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여보, 날도 좋은데 나들이나 갈까?"
"아니에요. 당신 일주일 내내 고생했는데 주말에라도 쉬어야죠. 다음 주에 가요."
"아니야. 당신 단풍 구경하고 싶어 했잖아."
"다음 주에 가면 되죠. 진짜 괜찮아요.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요."
"그래도 될까? 그럼 다음 주에는 꼭 단풍놀이 가자."
우리는 서로를 높여주고, 때로는 높임을 받는다. 나도 받은 것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내도 받는다. 우리는 서로 최선을 다하고, 서로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내는 내가 너무 좋단다. 난 여전히 의문이다. 내가 어디가 좋을까. 다만 감사할 뿐이다. 그래서 정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올라올 때는 눈물도 나온다. 보잘것없는 날 사랑해 주는 이 사람이 너무 고마워서 말이다.
그래서 '감사'다. 감사는 상대적인 것이라 서로 감사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만들거나 찾아야 한다. 나는 운이 좋았다. 그저 살다가 깨달았다. 서로가 느끼는 이 감사가 행복한 관계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말이다. 당신의 관계는 어떠한가? 당신은 당신의 파트너로부터 얼마나 감사함을 느끼는가? 당신의 파트너는 당신으로 하여금 얼마나 감사함을 느끼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