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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Jan 03. 2024

새해가 밝았다.

2024년이다. 지구별에서 35년을 살아냈다. 수없이 많은 점들이 모여 35cm짜리 선을 하나 만들었다. 들쭉날쭉 삐뚤빼뚤한 선... 2023년에는 유난히 변화가 많았다. 결혼을 했고, 이사를 했고, 사업을 확장했고, 와이프의 뱃속에는 10주차에 들어선 아이까지 있다. 이렇게 굵직굵직한 일들이 한 해만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이렇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시기도 있는 듯하다. 이러니 자꾸 운명론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나는 노력한 적이 없는데, 삶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채근한다. 누군가의 삶은 의지와 계획들로 점철되어 꽤나 그럴듯하게 설계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람들의 삶에도 여지없이 폭풍우는 들이친다. 누군가의 삶에 아직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다면 '아직'일 뿐이다.


언제부턴가 새해에 대단한 다짐을 하거나, 목표를 세우는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얼마 전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무언가를 좇는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피동적인 삶이라고 한다. 인간은 '사회'라는 커다란 시스템 아래에서 살아가게 되고, 우리가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고 재물을 추구하는 이유는 각각의 개인이 체감을 하든, 하지 않든 사회가 그리 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부분은 사실 좇는 삶이 아니고 쫓기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능동적인 삶을 살기 위해선 미래에 놓인 어떤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재에 있는 것, 즉 '나'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엔 최대한 모든 감각을 느끼려고 하고, 모든 감정을 관조하며 명상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잘 되지는 않는다. 나도 속세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한 흩날리는 홍진을 맞고 살아가야 함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몇몇 학생들이 그만두고, 또 몇몇 학생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하늘은 기가 막히게 어느 시기에 벌 수 있는 재물을 제한한다. 가진 수를 다 쓰든, 쓰지 않든 이 그물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예전 같았으면 학생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뛸 듯 기뻐하기도 하고 했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 인연이 떠나가고, 찾아오는 것도 다 순리라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게 되었다. 2024년에도 여러 일들이 있을 것이다. 또 학생들이 나갈 것이고, 또 그만큼 채워질 것이다. 2022년에 한 단계 레벨업을 했듯 올해에 또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저 삶에 발생하는 풍파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초연함을 유지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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