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목 Jan 31. 2024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

지구 반대편에 있었던 마기다와 랜선 연애를 시작하여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약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그리고 크고 작은 흠결까지 우리는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서로를 들어냈다. 랜선을 타고 전해지는 그녀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리고 그녀가 '나는 이런 사람이고, 저런 사람이야.'라는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결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2023년 2월에 한국에 입국한 마기다는 영상이나 사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평온한 성격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우리가 함께 지내기 시작하며 마기다는 내가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라며 결혼 의사를 내비쳤지만 나로서는 그 결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너무 이르지는 않나, 이 사람의 마음을 내가 온전히 신뢰할 수 있나 따위의 고민을 한 것으로 봐서는 마음은 준비가 되었으니 머리가 준비가 안 되었던 것 같다. 고민을 계속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고민을 멈추고 하늘에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뜻하신 대로 하소서.'


그러던 어느 날 마기다와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이런 물음에 각자 답을 써보기로 했다. 펜은 있는데 종이가 없어서 우린 카페 티슈에다가 각자의 답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 내가 당신과 결혼하고 싶은 다섯 가지 이유

* 당신이 나와 결혼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


생각에 잠긴 나와는 달리 마기다는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와이프가 열 개의 문장을 큰 고민 없이 써 내려가는 동안 나는 고작 한 줄을 썼다. 



마기다현태에게


* 마기다가 현태와 결혼하고 싶은 다섯 가지 이유

1. 그는 내가 가족을 원하게 만든다.

2. 그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3. 나는 그와 멀리 떨어져 있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

4. 그는 근면한 사람이다.

5. 그는 나를 매일 행복하게 만든다.


* 현태가 마기다와 결혼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

1. 나는 따듯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다.

2. 나는 그를 항상 돌봐줄 것이다.

3. 나는 그를 내 삶의 중심에 놓을 것이다.

4. 나는 그를 평생 사랑할 것이다.

5. 나는 최고의 여자 친구이자, 최고의 와이프가 될 자신이 있다.




현태마기다에게


* 현태가 마기다와와 결혼하고 싶은 다섯 가지 이유

1. 그녀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준다.

2.

3.

4.

5.


* 마기다가 현태와 결혼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

1.

2.

3.

4.

5.



내가 무엇보다도 충격받았던 것은 그녀가 나와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 데 있었다. 굳이? 나랑? 스스로 이토록 형편없다고 평가하는 자기 자신을 어느 누군가가 깊이 사랑해 줄 때에 우리는 속수무책이 된다. 내가 적은 한 줄에서도 나타나지만 나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마기다는 이런 나를 보며 책망하기보다는 어린아이 다루듯 그러려니 한다. 고집스러운 내 모습을 인정해 주고, 심지어는 귀여워해 주기까지 하니 세상에 이런 여자가 어디 있나 싶다. 끝없는 고민들로 지새운 여러 날들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왔다. 그리하여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 여자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매거진의 이전글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