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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Jan 28. 2024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온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삶



와이프 뱃속에 10cm가량 되는 생명이 숨 쉬고 있다. 한 생명이 새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가? 이 삶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 또한 엄마의 뱃속에서 이렇게나 작디작은 존재로 시작했을 터인데, 서른 다섯 해 동안 무럭무럭 자라 이제는 누군가의 아빠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니... 


결혼을 한 것도 놀라운데, 와이프가 외국인인 것은 더 말이 안 된다. 여기까지는 백 번 양보해서 '그래,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길 수 있지.'라고 여길만 한데, 내가 아빠가 된다는 사실은 도저히 현실이라 여기기 어렵다. 이 모든 것이 꿈같기도 하고, 거짓말 같기도 하다. 마기다(와이프)의 배가 점점 불러오는 것을 보니 적어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몇 달 뒤면 내가 아빠가 되는 것은 매우 높은 확률로 현실이 된다!


한 해에 이렇게나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너무나도 어렵게만 느껴졌던 일들이 그저 펼쳐졌다. 운명의 파도가 삶이란 배를 이리저리 내몰아 여기까지 왔다. 그때그때 해야 할 일들을 한 것 같지만, 내가 '한' 것인지, 그저 '된'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고, 아마 영영 모를 것이다. 그래도 이 모든 과정이 꽤나 유쾌하게 진행되어 감사할 뿐이다. 여기에는 마기다의 덕이 컸다. 품이 넉넉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난 것은 내 삶에 가장 큰 복 중에 하나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매번 얻을 수는 없지만, 필요한 것은 늘 얻을 수 있거나 이미 가지고 있다. 우주는 그렇게 작동한다. 모든 일에 다 이유가 있고, 우리는 그저 순응할 뿐이다. 우주는 절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우주는 내 삶에 또 어떤 일을 계획해 놨을까? 난 여전히 표류 중이다. 운명의 파도는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어느 날은 날 완전히 덮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잔잔한 리듬에 맞춰 기분 좋게 날 흔들기도 한다. 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오늘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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