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궁금해한다. 브라질 아내와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내 아내 한 사람이 브라질 여성을 대표할 수도 없고, 대표한다고 하더라도 나로서는 '그래서 브라질 여성들이 어떤데?'라는 물음에 답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이 글을 철저하게 나의 주관으로 쓰였다는 점을 서두에 밝힌다.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주변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인간의 의미는 그 자체로는 '무'의 상태에 가까우며 '유'가 되기 위해선 주변과 관계하여야 함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이며, 친구일 수 있는 이유는 다 관계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는 '나'에게 있어서 독특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아내는 전통적인 여성으로서 굉장히 깔끔하고, 굉장히 여성스럽고, 굉장히 순종적이다. 이 특징이 그 자체로서 갖는 의미는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어떠한 '사실'이며 이 사실을 해석하는 것은 철저하게 개인의 몫이 된다. 멀티 유니버스가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아내는 다른 세계에서 A라는 남자와 함께 살며 그로부터 깔끔한 게 아니라 지나치게 유난 떤다고 구박을 받을 것이고, 지나치게 여성스러워 유약하고, 감정적이라는 평을 들을 것이며, 지나치게 순종적이라 needy하고 재미없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사람이 나의 아내가 되었을 때는 그저 완벽에 가까운 팔방의 미인이 된다. 나는 우리 집을 365일 깔끔하게 유지하는 아내를 존경하며, 여성스러움으로 하여금 나의 부족한 남성성을 자극하고 채워주는 아내를 사랑하며, 가족의 리더인 내게 순종하는 아내에게 깊은 감사를 느낀다. 이토록 어떠한 사실을 해석하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다.
아내와 사는 것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 음과 양의 원리로 설명하면 양의 존재인 내가 음의 존재인 아내를 만나 하나의 완전체가 된 느낌이다. 실제로 결혼을 한 뒤로 내가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있음을 강력하게 느낀다. 이건 꽤 놀라운 느낌인데 나의 부족한 글솜씨로는 도저히 묘사를 해낼 재간이 없다. 아무튼 내 삶은 태극 문양을 만들어냈고 흰 면과 검은 면에 각 각 하나씩 찍힌 혼돈이라는 점을 내재한 채 진행되는 중이다.(우리는 때로 다투기도 한다. 아내가 내 고집을 수용하기에 대부분이 나의 응석이지만...)
별볼 일 없는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음이 놀라울 따름이다. 오늘은 내게 늘 헌신하는 아내의 생일이다. 그래서 짧은 편지글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7개월 전 이맘때쯤 당신이 한국에 왔었죠. 이 짧은 시간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당신과의 만남, 그리고 결혼, 그리고 이사까지...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은 일들이 발생한 적이 내 인생에서 또 있었나 싶습니다. 폭풍 같이 많은 일들이 우리를 휩쓸며 참 많이 웃고, 때론 울기도 했네요.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짧은 과거가 벌써 아득해지는 듯 우리의 관계는 한없이 깊어만 갑니다.
사랑하는 당신, 오늘은 당신의 생일입니다. 한국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이네요.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내 세상에 나타나줘서 고맙다는 말도 함께 전합니다. 부족한 남편을 한 가장의 리더로서 존중해 주고 지지하는 멋진 아내인 당신! 오늘 하루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 바랍니다. 참 많이 고맙고,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23. 09. 09. 가을의 초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