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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Mar 03. 2016

아낌없이 주는 아이들

2014. 03. 20.

등굣길에 예전 제자 B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침에 생리를 했다는 것이었다.

기쁜 마음에 축하의 말을 전했다.

반 년째 생리가 멈춰 함께 걱정했는데  천만다행이다.

다음 주기에도 멈추면 그땐 곧장 병원에 가라고 신신당부하고 다시 한 번 축하를 해주었다.

그제야 B도 안심하는 눈치였다.

남자인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고맙기도 했지만 주변의 어른들을 믿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다.



쉬는 시간에 J가 서툰 솜씨로 피아노를 쳤다.

아니, 만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옆에서 Y가 보고 하나씩 손가락을 눌러주며 가르쳐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남자 여자 손 닿는 것도 꺼려하더니 이제는 이렇게 흐뭇한 광경을 연출한다.



약수와 배수의 개념을 잘 아는데 연습이 부족한 것 같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에게 문제를 내고 함께 풀었다.

이어 모둠별 대표가 다른 모둠으로 가서 문제를 내고 남은 모둠원들이 푸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간단한 방식이지만 '침략'과 '방어'라는 말을 쓰니 아이들의 몰입이 대단했다.


'달' 시간에는 달에 대해 짧은 영상을 보고

지금껏 배운 내용을 돌이키며 모둠별로 정리를 했다.


달의 지름은 지구의 1/4이다.
달에는 낮과 밤이 있다.
달은 운석이 많이 부딪혀서 운석 구덩이가 생겼다(많다).
달은 약 44억~44억 5천만 살이다.
달에는 생명체가 살지 않는다. 달 표면은 암석과 먼지로 덮여 있다.
지구의 중력으로 지구와 먼 쪽의 지각이 더 두꺼워 달은 약간 비대칭이다.
달은 둥글다.
달은 기온 차이가 심하다.
달에는 물과 공기가 없다.
달은 1년에 3.8cm씩 멀어진다.
달은 27.3일을 주기로 지구 주위를 돈다-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위성이다.
운석 구덩이의 가운데가 튀어나왔다.
날마다 지구에서 관찰하는 달의 모양이 바뀐다.
29.53일 주기로 보름달이 된다.
달은 언젠가 멸망한다.
달은 태양빛을 받는 위치에 따라 보름달, 반달, 상현달 등이 보인다.
달의 밝은 부분을 대륙이라고 하고, 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다라고 한다.
달의 운석 구덩이는 물과 공기가 없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달은 언젠가 지구에서 멀어져서 다른 행성이 될 것이다.(예상)


궁금한 내용은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했지만, 이 정도면 제법이다.



오후에는 구석기시대로 빠져드는 시간을 가졌다.

영상이 매우 훌륭하여 긴 시간이었음에도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었다.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간단하게 설명하며 지나갔다.

(http://www.youtube.com/watch?v=VaUaHk6_9Ck)


영상을 보며 새롭게 알게 된 점과 궁금한 점을 적으면 좋다고 했더니 공책  한쪽을 빽빽이 채우고도 더 쓰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번 시간에도 모둠별로 배운 내용을 정리하였다.


<호모 에렉투스>

무리 지어 살았다.
먹이를 찾으려고 이동했다.
도구를 사용했다.
약초를 사용하여 치료했다.
구석기시대에도 불을 이용했다.
직립보행을 했다.
한반도에서는 호모 에렉투스가 먼저 살았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불을 만들지는 못했다.
고기를 생으로 먹었다.
여자들의 힘(권력)이 더 강했다.
아기를 낳을 때 머리가 커서 죽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 얼굴 형태를 닮아갔다.
함정을 만들어 사냥했다.
불을 보존할 수 있었다.
추위 때문에도 이동을 한다.
주먹도끼를 사용했다.
고기를 익혀 먹기도 했다.
주로 채식을 했지만 점점 육식의 비중이 커졌다.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지만, 오늘은 호모 에렉투스에 집중하게 했다.

다음 시간은 호모 에렉투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의 세대 교차.

나 역시도 어떻게 진행할지,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정말 기대된다.



교과서 없이(수학 제외) 3주를 보냈음에도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공부한다.

오히려 교과서에 나온 내용보다 넓고 깊이 알게 되었다.

책 하나로 공부를 가둬서는 안 된다.

배움은 끝이 없고,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니.




방과 후에 자발적으로 남은 아이들과 시답지 않은 장난을 치면서 환경 정리를 했다.

분명히 일을 하는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재롱에 웃음이 나고 내 우스갯소리에 아이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작은 과자 하나, 음료수 하나에 행복해하며 5시가 넘도록 함께 교실을 꾸몄다.


나는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아이들은 활짝 마음을 열어주니 참 고맙다.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살 수 있다니.

항상 주는 것보다 많이 돌려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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