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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Mar 14. 2016

정리 그리고 시작, 헤어짐과 만남

2014. 3. 31.

3월의 마지막 날.

시작이 중요한 만큼 정리도 중요하다.


아직도 반 친구들의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한 아이들이 있었다.

요즘에는 학년이 끝날 때까지 이름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있다.

성격에 따라 다른 이의 이름을 기억하는 정도가 다르기도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관심이다.

그렇기에 타인의 이름을 아는 정도는 공동체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다.

서로에게 이름을 불러줄 때, 타인에 불과했던 친구는 또 하나의 의미로 다가온다.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프라이팬 놀이'를 했다.

박자 감각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실수하더라도 이어가며 했더니 끝날 무렵에는 제법 수준이 높았다.



이어 3월을 정리하는 글을 짧게 썼다.


1.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느낀 점

- ‘공동묘지’할 때 앞으로 나가 친구들과 더 친해졌다.

- 해보지 못했던 피구를 해보니 좀 더 재미있었다.

- 권리와 책임을 배운 게 좋았다.

- 구석기 공부를 하며 공부도 이렇게 재밌게 할 수 있구나를 느꼈다.

- 회의를 할 때 기억에 남는다. 우리를 무시하지 않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

- 처음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난 3월 3일 서로 인사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5학년 우리 담임선생님은 착하신 것 같다.

- 선생님이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 동영상을 보여준 것이다.

- 환경정리 도와줄 때 친구들과 같이 해서 재미있었다.

- 반대항 계주 때 여자아이들이 뛸 때, 맨 마지막 S가 결승점을 10m 앞두고 거의 따라 잡힌 장면

- 생일파티했을 때 친구들과 선생님과 과자를 먹고 게임도 해서 재미있었다.

- 첫날, 새로운 친구들과 발표하고 새로운 선생님의 새로운 수업방식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 공부를 꼭 교과서로 하지 않아도 놀이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 중간놀이 때 선생님과 ‘아메바’ 한 게 가장 기억에 남고, 선생님하고 같이 공부를 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아메바를 할 때 ‘아...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됐다.


2. 나 스스로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

- 며칠도 안 되어서 몇 친구들과 친해진 것과 며칠 만에 발표를 한 것

- 높이뛰기 때 0.9m를 넘은 순간

- 생일파티 프로그램을 짤 때 의견을 내준 게 가장 자랑스러웠다.

- 습관 만들기에서 줄넘기하겠다는 다짐을 항상 지킨 것

- 줄넘기를 하는 매 순간마다 자랑스럽다고 느껴진다.

- 반 대항 계주 때 역전할 때가 가장 좋았다.

- 선생님이 칭찬해주셨을 때

- 수학 시간에 친구들이 몰랐던 문제를 아주 조금이라도 가르쳐준 때

- 5-3반, 이 반에 들어오고 나서는 내가 자랑스러운 일이 많아졌는데 생각이 안 난다.

- 음... 내가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뒤 환경판을 꾸민 것... 그리고 내가 누리보듬 5기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

- 습관을 만들 때 열심히 노력한 것

- 환경정리 다 끝났을 때

- 친구들에게 말을 걸었을 때. 3, 4학년 때는 친구들에게 말을 못 걸었는데 5학년 때 친구들에게 말을 걸 때

- 도서관에서 공책 정리할 때, 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 5학년 올라와서 발표를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한 것

- 휴대폰 사용량 줄인 것

- 프라이팬 놀이할 때 실수하지 않았을 때

- 교통봉사를 할 때 정말로 내 자신이 뿌듯했다.


3. 나 스스로가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

- 짝수 홀수로 계주를 할 때 2번 달린다고 해놓고는 처참하게 진 것

- 잘못 생각했었을 때

- 처음으로 누리보듬 5기 돼서 발표하던 순간

-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아무 생각 안 하고 먹는 것

- 군것질 약속을 못 지킬 때

- 싸웠을 때가 가장 부끄러웠다.

- 5학년 처음 때 5학년 2반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바뀌어서 부끄러웠다.

- 친구들과 놀이를 할 때 J와 같이 하지 않았을 때

- 똑같은 친구들이랑만 놀았던 것

- 눈치 없을 때

- 내가 다쳐서 울 때가 가장 많이 부끄러웠다.

-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갔는데 사람은 분명히 없는데 화장실 문이 잠겨서 무서워 도망 오다가 발목을 삐끗했을 때

- 영어 시간에 잘못 말한 것

- 발표할 때 목소리를 크게 안 한 것

- 학교에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때 가장 부끄러웠다.

- 핸드폰 많이 하였을 때

- 카드놀이하다 쉬는 시간 잘 못 지킬 때, 친구들이 수업시간 시작했다고 말해서 알았을 때


4.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

- 감사합니다. 그런데 선생님, 너무 겸손해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저희가 잘못한 게 더 많으니까요. 그래도 파이팅 ^^

- 저는 선생님의 반으로 오면서 ‘진정한 공부란 무엇일까’라는 것으로도 이야기해보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저희와 놀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리에게 권리와 책임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공부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는데 이제는 공부가 재미있어요.

- 그렇게 할 말이 없지만 스마트폰 사용량을 줄여야겠다.

- 3월 개학식 선생님 반이 되던 날, 처음 보는 거라서 많이 어색했어요. 전 그냥 학교는 매우 지루했었죠. 그런데 선생님을 만난 이후로 많이 즐거워졌어요. 내년에도 같은 선생님이었음 좋겠네요. ^_^ 선생님 4월도 잘 지내보아요. 사랑해요. ♡ -^^-

- 1년 동안 잘 지내봅시다.

- 선생님은 저희가 하고 싶은 건 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다음 달 4월에도 선생님이 저희 사랑해주셨으면 해요. ^^

- 사랑합니다.

- 1년 동안 좋은 공부를 가르쳐주실 선생님... 감사합니다.

- 1년 동안 선생님의 말을 잘 들을게요.

- 선생님, 중간놀이 때 놀이 재미있어요.

- 선생님, 친구들과 싸울 때 선생님 마음 아프게 하는 것 같아 죄송해요. 선생님, 친구들과 휴대폰을 너무 많이 사용한 것이 죄송해요.

- 3, 4학년 때 친구들이 날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 같아서 5학년 때는 더 잘해봐야 되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 누리보듬 5기와 함께 더 많은 놀이와 경험을 해보아요.

-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요.

- 너무 활발한 친구가 있어요.

- 앞으로 5학년 3반 누리보듬 5기의 제자로서 열심히 학교 생활하겠습니다.

- 선생님! 앞으로도 더욱 ‘재미있는 공부’를 가르쳐주실 거죠? ^.^


5.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 애들아, 우리 모두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잘 이겨내자.

- 애들아,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자!0!

- 친구들아, 친절해서 고마워.

-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1년을 보내면 좋겠다.

- 더 친하게 지내고 싶어.

- 잘 지내자!!

- 1년 동안 함께 사이좋게 지내고 싶고 음... 평화로운 반을 함께 만들고 싶어.

-  T야, 놀려서 미안해. 사이좋게 지내자. J야, 돼지라 놀려서 미안해.

- 내가 3, 4학년 때 나를 미워하는 친구들이 많았어. 하지만 5학년은 같이 놀고 이야기도 같이 하자.

- 더 사이좋게 지내고 친해지자.(많이 싸우지만....;;)

- 나 때문에 화난 친구도 있고 재밌고 좋았던 친구도 많겠지만, 나 역시도 좋았던 친구도 많이 있고, 싸운 친구도 많이 있긴 한데 모두 다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 괴롭힘 없는 반으로 만들자.

- 친구가 너무 뻔한 거짓말을 할 때 그냥 있으면 안 되니?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친구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앞으로 내 스스로 쉬는 시간 지킬게. 또 너희들과 더 친하게 지낼게.



아이들이 도덕 수업을 받으러 간 후 천천히 읽어보았다.

혼자 빙그레 웃기도 하고, 벅차오르는 가슴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온갖 생각과 감정이 뒤엉켰다.

내가 노력한 양보다 더 많이, 훌륭하게 배우는 아이들을 보며 더욱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오후를 시작하며 지금까지 한 달간 함께 했던 모둠원들과 작별의 시간을 보냈다.

진중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아주 신이 난 모양이었다.

그래도 모둠활동을 하며 자신이 기여했던 점과 부족했던 점을 진실하게 이야기하였다.


이어 새롭게 자리와 역할을 바꾸었다.

지난번에 약속한 대로 이번 달은 마음대로 앉기!

'마음대로 앉기'지만 자리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같은 자리를 두고 가위바위보도 하고, 남녀 편중 문제로 자리가 바뀌기도 한다.

대부분이 결과에 만족했으나 몇 아이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인생을 살아가며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당연한 것.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


모둠끼리 모둠명, 모둠원 역할, 청소를 정할 때 진행이 잘 되지 않는 모둠 곁으로 가서 서로의 의견이 잘 나올 수 있도록 거들었다.

끝나고 약간의 시간이 남자 '모둠끼리 신나게 놀기' 임무를 줬더니 마지막에는 모두가 함께 놀 수 있었다.

역시 놀이의 힘은 위대하다.


새로운 시작과 만남.

예측할 수 없는 관계를 통해  아이들은 어떤 성장을 하게 될까.

또 나는 무엇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까.

내일이 기대된다.

걱정되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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