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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Mar 15. 2016

변화는 한 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2014. 4. 1.

지난 일주일 동안 습관세우기를 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은 구체적인 목표를 매일마다 확인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만든 목표.

잘된 점에서는 자신감을 얻고, 아쉬웠던 점에서는 교훈을 찾았다.


너무 많은 목표를 세워 힘들어 한 아이도 있었고, 늘어나는 X표를 보며 부끄러움을 느낀 아이도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습관세우기를 시도한 아이에게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아이들에게 '괄목상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삼국지>에서 아이들이 잘 모르는 장수 여몽.

그는 무예가 출중했으나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주군의 충고를 받은 후부터는 전쟁터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공부하였다.

얼마 후 다른 신하가 여몽을 만났는데 그와 이야기하며 옛날과 달리 박식해졌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에 여몽은 

"선비는 헤어진 지 삼 일이 지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 후 여몽은 삼국지 명장으로 유명한 관우를 잡는 공을 세웠다.

우리는 삼일은 아니더라도 삼 개월이 지났을 때 서로 괄목상대할 정도는 되자고 하며 스스로 습관을 세울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은 '발명'을 어렵게 생각한다.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발명 수업을 할 때 꼭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발명부였다.

선생님께서는 일주일에 하나씩 발명품을 생각하라고 했다.

그때 나는 '도라에몽'을 즐겨 봤었기에 운동을 대신해주는 기계와 같은 상상의 기계를 적어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웃는 아이들에게 발명은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니라며 영상을 보여줬다.

작은 선풍기가 달려 있어 후후 불지 않아도 라면을 먹을 수 있는 젓가락, 깔때기가 달려 있어 안약을 넣으면 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안경.

아이들의 호기심이 가득해지자 정말 작은 생각으로 큰 효과를 낸 십자 나사와 가시철조망 이야기도 곁들였다.


결국 발명은 생활에서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불편함은 발명의 어머니' 임을 강조하였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떠오른 발명품이 있다고 아이들이 손을 들며 따라왔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나올까?


마지막 시간은 '질서'였다.

지난해에 있었던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관련 뉴스를 3개 보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http://youtu.be/4b8hI34Qqik, http://www.youtube.com/watch?v=1X4yvexbiFA, http://www.youtube.com/watch?v=EOiLqVcXjnE)


여러 가지 반응이 나왔지만 이미 '질서' 수업임을 알고 있어서 질서에 관련한 말이 가장 많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와 실제 사고 현장에서 큰 비중의 사망 원인인 '압사'를 연결 지어 이야기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질서한 상황과 교실에서 지켜지지 않는 질서에 대해 발표하게 했더니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수업이 끝나고 안내장을 나눠줬는데 예전과 달리 대부분이 걷고, 순서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뛰어온 아이에게는 아시아나 항공이라 이야기하자 얼굴을 붉혔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날 목표를 세운다.

대부분은 며칠만에 실패하고 습관탓을 한다.

아이들도 12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았다.

몸에 배인 습관과 행동양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스스로 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적절한 자극을 끊임없이 주는 것.

그리고 믿음으로 기다린다면 아이들은 반드시 변한다.


추가.

3, 4교시에는 교내 육상경기가 있었다.

마지막에는 800m 달리기를 했는데, 우리 반 여자 아이들은 끝까지 뛰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

(비록 내가 같이 뛰며 '걸어가면 발로 엉덩이를 찰 거야'라며 협박했지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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