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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Mar 29. 2016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2014. 4. 15.

교실이 텅텅 비었다.

27명에서 21명.

숫자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비어 있는 자리는 무척 크게 느껴진다.


시 육상대회 출전으로 3명이 빠지고 몸이 좋지 않아 3명이 빠졌다.

이런 날은 뭘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이걸 하려니 빠진 아이들도 배웠으면 하고 저걸 하려 해도 마찬가지다.

내가 먼저 욕심을 버려야 할 텐데.

오히려 교실을 벗어난 삶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니.


역사 시간에는 삼국시대 각 계급별 생활에 대해 알아보고 그를 바탕으로 놀이를 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왕과 노비'를 했으나 규칙이 하나 바뀌었다.

가위바위보를 하기 전, 생활 모습을 상상하며 안부를 묻는 것이 추가됐다.

예를 들면, 평민이 귀족에게 인사를 올리며

"요즘 새로 나온 신상 비단옷인가요?"

라고 묻고 귀족은 평민에게

"내가 쌀이 좀 남으니 네가 가져가거라."

등의 표현을 하며 안부를 묻는 형식이다.

십여분 정도 몰입하여 놀이를 즐긴 후 각 나라(모둠) 별로 자랑을 했다.

"우리 평민은 세금을 꼬박꼬박 잘 내고, 성을 잘 짓습니다."

"우리 귀족은 평민들에게 잘 대해주고 나랏일을 잘 돕습니다."


2교시는 전기에 대해 수업을 했다.

전기가 처음 쓰인 것부터 전기 자동차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과연 전기가 없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게 했다.

그리고 지난 2011년에 있었던 대규모 정전 사태 영상을 보았다.

(http://www.youtube.com/watch?v=YU8l0XBggRM)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밀양 송전탑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http://www.youtube.com/watch?v=5_-yWo9mMyo)


3월 말에 직접 밀양에 가서 보고 들은 것을 전해줬다.

국가 차원의 폭력, 기득권의 폭력, 왜곡된 언론에 대해서도.

사실 그것을 삶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은 1%도 되지 않는다.

먼 나라, 먼 시대, 아니면 남의 일처럼 느껴질 뿐.

그러나 누구든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내가 그 일을 겪지 않도록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까,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할까?"

"힘을 합치는 거요. 나도 그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거잖아요."


5학년 수학은 처음부터 어렵다.

선행학습에 조금이라도 결손이 있으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우리 반 역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제법 있다.

여유 시간을 이용하여 친구들과 연습을 하라 해도 잘 되지 않는 상황.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연습이 필요한 친구가 스승을 뽑아 일주일 동안 함께 연습한 후 스스로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판단하는 대회.

다행히 아이들은 좋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스승도 제자도 함께 웃으며 연습에 열중했다.


지난 '꿈' 수업에 이어 다시 '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꿈꾸지 않으면'을 함께 부른 뒤,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의 위상과 달리 길고 어두웠던 그의 무명 시절.

그리고 그때의 마음을 담은 노래, '말하는 대로'를 함께 들었다.

J는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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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무 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걱정을 했지

두 눈을 감아도 통 잠은 안 오고 가슴은 아프도록 답답할 때 난 왜 안 되지 왜 난 안 되지 되뇌었지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건 거짓말 같았지 고개를 저었지


그러던 어느 날 내 맘에 찾아온 작지만 놀라운 깨달음이

내일 뭘 할지 내일 뭘 할지 꿈꾸게 했지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내 자신을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걸 알게 된 순간 고갤 끄덕였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알지 못했지 그땐 몰랐지

이젠 올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마음먹은 대로 (내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그대 생각한 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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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지 실험해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각자 하루 후, 일주일 후, 한 달 후,

우리가 헤어질 때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들을 적었다.

온 정성을 쏟는 모습이었다.


최근에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진 일을 이야기해줬다.

올해 초 세웠던 목표 중에 하나가 '나만의 강의 주제와 원고를 만든다'였다.

2주 전, 한 선생님께서 인터넷에서 교단일기를 보시고 학급살이와 관련하여 연수를 해줄 수 있는지 연락이 왔다.


아이들은 오오~ 하면서 점점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지 적어두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매일 확인하고 다시 되새기며 자신의 기력을 그에 집중하는 것.


과연, 아이들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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