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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Apr 07. 2016

아이는 시행착오를 겪을 권리가 있다

2014. 4. 24.

이번 회의 안건은 지난번에 미리 결정한 대로 '휴대폰 사용량 줄이기'였다.

이미 교실 여론은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로 무게가 실린 상태였다.

그러나 어떤 기준으로 줄여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처음 의견이 대립했던 부분은 행사나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금지를 해야 하느냐, 아니면 가능한 요일을 정해서 할 것이냐 였다.

우리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과 가끔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모적인 논쟁이 오갔고, 결국 행사 때와 정해진 요일에만 하자는 합의에 도달하였다.


여기에서부터 두 번째 논쟁이 불거졌다.

일주일에 몇 번 하도록 할지가 문제였다.

강력하게 제한하길 원하는, 한두 번으로 하자는 의견과 최소한의 제한이면 충분하다는, 세네 번으로 하자는 의견으로 갈렸다.


오랜 회의로 아이들이 지친 상황.

우리를 믿고 점점 줄여가자는 의견이 대두되나 싶더니 결국 몇몇 아이들의 강력한 주장에 의해 일주일에 두 번만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었다.


하지만 J가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이 설득해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래서 결정된 규칙이 '일주일에 자신이 정한 요일 두 번만 하되, J는 예외로 세 번을 하도록 한다'이다.


누가 보면 웃음이 나올 규칙이다.

또한 곰곰이 들여다보면 지켜지기 어려운 규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에게는 최선인 규칙이다.


무엇이 타당하고 어떤 부분에 오류가 있는지 아이들은 아직 잘 모르고, 가르쳐줘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자신들이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깨닫기는 비교적 쉽다.


어찌 보면 교사(어른)가 아이들에게 해야 할 일은 마음 편히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고난을  어른들이 미리 해결하고 치워버리면 아이들은 무엇을 통해 배울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어른들의 노력이 모두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가령 당장 안전의 위협이 되는 것과 한 순간의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 등에는 어른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과도한 통제로 아이들을 새장의 새로 전락시키고 있다.


덧붙이는 글.

약 세 명 정도만 휴대폰 사용을 금지시키기만 해도 거의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이미 아이들의 휴대폰 사용량은 충분히 적다.

아이들도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특정 아이만 금지하는 것을 꺼려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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