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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Apr 09. 2016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추억을

2014. 4. 25.

두 번째 생일잔치!


아침부터 주인공들이 각종 준비와 진행 순서를 마무리하느라 분주했다.

오호라.

지난번과는 좀 다르겠는걸?


시작하자마자 A와 B가 나와 생일잔치 순서에 대해서 설명했다.

우선 과자 케이크를 만들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각자 준비한 간식을 꺼내 서로 나누어 먹었다.

지난번에 내가 먹여주려 했을 때 거부하던 아이들도 이번엔 곧잘 받아먹었다.

협박(?) 때문일까, 그 사이에 더욱 마음이 열린 걸까?


간식을 먹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다음 순서를 진행한다고 했다.

준비한 프로그램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오늘은 아예 편을 나눠 경쟁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스피드 게임, 몸으로 말해요, 퀴즈 풀이, 보물 찾기 등 제법 진행이 어려운 프로그램까지 자기들끼리 잘 해냈다.

손발이 맞지 않아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대단하다!



준비한 프로그램을 모두 마쳤음에도 시간이 조금 남았다.

주인공들이 갑작스럽게 장기자랑을 제안했고, 네 팀이 나와 공연을 했다.

흐뭇하게 바라보며 캠코더로 녹화를 하고 있었는데 지원자가 나오지 않자 갑자기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헉.


"지쌤! 지쌤! 지쌤! 지쌤!"

점점 커져가는 환호 소리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끌려가다시피 교실 앞으로 나갔다.

혼란에 빠진 머리로 무얼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아이들은 춤을 추라고 난리였다.

허허허허허허.

선생님은 요즘 춤을 잘 모르니 누군가가 추는 것을 따라 하겠다고 제안했다.

물귀신 작전!

싫은 척 빼는 C와 D를 불러 앞에 세우고 나와 몇 명의 아이들은 백댄서가 되었다.


C와 D가 고른 곡은 걸스데이의 'Something!'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어떤 춤인지 예상이 됐다.

노래가 흐르고 둘은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여기서 뺄 수는 없지.

나도 같이 흐느적거렸다.

아이들의 환호성이 더욱 커졌다.

서로 휴대폰을 들고 동영상을 찍느라 난리였다.

그래. 너희들이 즐거우면 됐다......

그렇게 나의 영혼은 하얗게 재만 남았다.


마지막 시간은 '추억'이었다.

지난 두 달 동안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함께 보았다.

나도, 아이들도 까맣게 잊은 추억들이 TV에서 흘러나와 우리를 연결시키는 실이 되었다.

한 시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이 나오면 부끄러워 숨기도 하고, 친구의 웃긴 표정에 깔깔대기도 했다.

마지막에 서로 느낌을 공유하도록 했더니 예전 추억을 되새기며 웃음이 터져나왔다.


최근 들어 교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적이 종종 있었는데 우리에게는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추억이 많다는 사실을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추억을 만들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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