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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Apr 11. 2016

자극과 반응 사이

2014. 4. 28.

교사라면 누구나 거의 매일 겪는 상황이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학생이 마주하는 것 말이다.


그때의 마음 상태는?

마음에 걸린다.

신경이 쓰인다.

불편함이 쌓이다 폭발하기 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큰 차이가 생긴다.

욱하고 뇌를 거치지 않은 말과 행동이 나올 수도 있고, 지혜롭게 그 아이의 행동의 변화를 이끌 수도 있다.


나치에게 끌려가 죽음의 수용소에 갇혔던 빅터 프랭클이란 학자가 있다.

그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가장 두렵고 치욕적인 상황에서도 자아의식이라는 인간의 천부 능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인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참고)


결코 그의 상황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교사도 매 순간마다 수많은 자극을 받고 반응을 한다.

자극과 반응 사이가 넓어질수록, 다시 말하면 어떤 자극을 받았을 때 어떻게 반응을 할지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많을수록 지혜로운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늘 되돌아볼만한 경험을 했다.

오후에 '전기' 수업을 하는데 평소처럼 실험 도구를 아이들에게 건네고 자유롭게 경험하도록 하였다.

몰입하여 학습한 모둠은 짧은 시간 만에 많은 실험을 해낸 반면에 시작도 하지 못해 의욕이 사라진 모둠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직까진 답답함이 올라온다.

돌아다니면서 돕는데 점점 마음이 급해졌다.

몸은 하나고, 도와야 할 곳은 많고, 제대로 되지 않는 실험 도구는 가득이고.


6모둠을 열심히 돕는데 J가 집중을 하지 않고 실험도구로 장난을 쳤다.

평소 J의 성격을 잘 아는지라 충분히 넘어갈 만도 한데 참지 못하고 책상을 쳐서 집중하도록 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는 없었다.

얼른 돕는 것을 마무리하고 옆으로 나와 고민을 했다.


그 순간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이미 충분히 경험을 한 모둠 아이들이 다른 모둠을 도와주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5모둠에게 부탁했더니 아이들은 흔쾌히 다른 모둠을 도와주었고, 나는 그들이 힘들어하는 상황만 해결해주면 충분했다.

실험이 잘되니 모두가 웃음이 나왔고, 마지막에 내용 정리를 듣더니 아이들이 아하! 하며 감탄했다.


아직 나는 멀었다.

천천히, 여유롭게 아이들을 대하자.

나에게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서 선택할 자유가 있음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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