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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Apr 15. 2016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잘못인가

2014. 5. 2.

어제 평화회의로 하지 못한 '4월 돌이켜보기'를 숙제로 냈다.

아무래도 숙제다 보니 대충 한 아이들이 눈에 보인다.

그 와중에도 열심히 쓴 아이들도 있다.


1.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느낀 점

-내가 피구 하다 OO이가 무서울 때

-저승사자를 할 때 엄청나게 재미있었다. 특히 OO이가 처음으로 성공했을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

-체육대회 때 우리 반이 남자, 여자 1등 한 것

-친구들과 함께 방과 후에 남아서 프로그램에 쓰이는 동영상을 찍은 것

-반대항 축구를 했는데 이긴 것

-반대항 계주에서 우리 반이 이긴 것

-4월하는 동안 역사가 많이 재미있었고 협동심이 잘됐던 것

-물귀신 피구를 했을 때 설레고 무섭고 아슬아슬하고 신났다.

-전기 시간에 전기 실험한 것, 신기했다.

-4월달 모두 재밌었다. 친구들과 회의하기, 선생님과 공부하기 등등이 재밌었다.

-여자들끼리 이야기 나눴을 때(교과협의실에서)


2. 나 스스로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

-피구에서 아이 둘을 맞힌 것

-태권도에서 은메달을 딸 때이다.

-과학의 날 때 승마로봇만들기를 했는데, (우리반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 가장 자랑스러웠습니다.

-수학 모르는 애를 가르쳐줄 때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교통봉사를 했던 것

-친구들의 이름을 외운 것

-OOO에게 대들었을 때

-상을 받았을 때(OO이랑 과학관찰탐구)

-반대항 피구 여자 남자 다 5학년 중에 1등을 한 것

-전기시간에 내가 책을 보지 않고 전구에 불을 킨 것

-우리 모둠을 잘 이끄는 이끄미를 한 게 제일 자랑스러웠다.

-내가 나 혼자 손을 들고 발표한 것이다.

-모둠 활동이 잘 될 수 있게 노력할 때


3. 나 스스로가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

-교통봉사를 할 때, 빨간 불일 때 깃발을 도로로 향해 든 것이 가장 부끄러웠습니다.

-학급회의를 잘 진행시키지 못할 때

-이기지도 않았는데 이겼다고 큰소리하다 부끄러운 점

-OO가 내 비밀을 알게 되자 싸우려고 하다가 좀 얻어 맞은 순간

-친구들의 이름을 몰랐을 때

-OO이에게 대들다가 울었을 때

-울었을 때(자리바꿀 때)

-OO이가 말을 걸었는데 친구하고 이야기 한 것

-우리의 추억 사진을 볼 때였다.

-싸워서 울었을 때

-모둠 활동 때문에 교과협의실에 갔을 때

-친구들과 거의 잘 친해지지 않을 때


4.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2월 동안 학교 다니면서 느낀 건데요, 저, 선생님을 정말 잘 만난 것 같아요.

-4월달에는 안 좋은 일이 많았지만 5월달에는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이제 5월동안 같이 열심히 공부해요.

-저승사자 같은 놀이를 많이 해요.

-재미있게 역사를 가르쳐주어서 감사합니다.

-5월도 홧팅요!

-조만간 여자들끼리 상담 좀 합시다.

-선생님 저를 가르치시느라 힘드셨죠. 죄송해요. 선생님 감사합니당!

-저희 잘 챙겨서 감사합니다.

-음.... 4월보다 5월에 더 즐겁게 지내요.!~

-선생님 1년 동안 잘 부탁하겠습니다.

-친구들이랑 싸웠을 때 위로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을 잘 만나서 정말 행운이에요!


5.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모둠 친구들에게) 얘들아~ 다른 짝꿍 만나서 잘 살아~ㅋㅋ (모든 친구들에게) 얘들아~ 짝꿍이 변하더라도 한 번 잘 살아봐~ㅋㅋㅋ크크크캬캬캬

-왕따없는 반이 되자.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너희들과 사이좋게 지낼게.

-사이좋게 지내자.

-OO아, 싸운 거 미안해.

-잘 지내보자.

-더 친하게 지내자.

-잘 지내봐. 새로운 짝꿍도.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두 달이 지내니까 친해졌으니까 5월에는 더 친해지자.

-우리 중독 모둠 파이팅~

-난 체육 잘 하는 우리반이 멋있다.(찡긋 >_<)

-친구들아 5월 달에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잘 지내보자!

-앞으로 더 친해지자.

-내가 4월에 울고 그래서 많이 짜증났었지. 미안해. 5월달에는 울지 않도록 노력할게. 미안해.

-얘들아! 5월에도 잘 지내보자. 특히 우리 모둠.


중간놀이 시간에 아이들이 쓴 내용을 정리하는데 A의 글이 눈에 띄었다.

'조만간 여자들끼리 상담 좀 합시다.'

A가 옆에 왔을 때 언제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당장 하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도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하던 터라 아이들의 동의를 얻고 자리를 마련했다.


가장 먼저 A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누군가가 자꾸 저랑 친한 친구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는 것 같아요.

놀 때도 그렇고, 자리 바꿀 때도 그렇고.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해요?"


A가 누구를 말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B다.


어제 자리를 정할 때 A와 C가 같이 앉기 바랐던 건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C가 선택한 자리를 B도 선택했다.

B는 A랑 친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그 전에도 B는 A, C, D, E와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네 명이 놀고 있을 때 B는 같이 연예인이나 화장품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넷은 홀수로 다니면 싸우는 경우를 많이 봤기도 했고 더 중요한 이유로 성격도 많이 다르고 관심 있는 분야도 달라 B와 노는 것을 꺼려했다.

넷이 느끼는 불편함은 점점 커져갔지만, B는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었다.

그것이 결국 자리 결정으로 인해 터진 것이었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넷이 느끼는 감정, B의 예전 경험으로 인한 상처, 따돌림은 무엇인가, 따돌림은 정말 나쁜 것인가, 사람이 미울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친구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정말 미워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돈이나 선물로 친해지려고 하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아."

"예전에 따돌렸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따돌리고 싶어요."

"성격이 비슷한 친구 먼저 사귀었으면 좋겠어."

"저는 친하지 않은 사람이 제 몸에 손 대거나, 제 물건을 뒤지는 것이 정말 싫어요.

그런데 대놓고 내색할 수 없어 숨겨요.

이렇게 말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네요."


참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는 일도, 미워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일도.


구체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는 없었다.

다만 자신의 속마음을 공개된 자리에서 말함으로써 서로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을 뿐.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많은 갈등이 예방되고 그를 통해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겨우 두 달이 지났을 뿐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다른 이야기.

마지막 시간에는 내가 가장 빛나던 순간의 물건을 가지고 발표를 했다.

J는 수학책을 가져왔다.

며칠 전, 자신이 스스로 수학을 풀었을 때 스스로가 뿌듯했다고 했다.


지금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니.

나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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