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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May 12. 2016

이런 공개수업 어때요

2014. 5. 28.

마지막 수업 때는 동학년 선생님들을 모시고 아이들과의 수업 모습을 보여드리기로 했다.

간단하게 줄이면 공개수업이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선생님들께 말씀드렸다.


"저는 공개수업이라도 최대한 평소 수업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공개수업의 형식이라 불리는 것과는 다른 점이 많을 것입니다.

또한 저는 수업안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수업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저도 모릅니다.

갑자기 사회 수업처럼, 국어 수업처럼 흘러갈 수도 있으니 이해해주세요. 하하.

지금부터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들은 당황해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을 것이다.

올해 들어 제법 많은 선생님들께서 내 교단일기를 보거나 아이들과 지내는 모습, 내 수업방식에 대해 보고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 상황이 가끔은 부담이 되고 걱정되는 점도 있지만, 그게 내 모습이니까 괜찮다. 

이번 수업에서는 아이들과 가볍게 춤을 추는 것을 계획했다.

어떤 면에서는 타협을 한 것이다.

교과서에 나온 노래로, 지도서에서 제시하는 활동을 했으니. 


그러나 일부러 교사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많은 공개수업 형식을 따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평소에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

평소처럼 학습문제와 활동 순서를 제시하지 않았고, 기초학습훈련이라 불리는 규칙대로 아이들을 다루지도 않았으며 집중 신호나 발표 형식도 없었다. 

그저 아이들과 어우러져 함께 '도레미 송'을 부르고, 가사를 바꾸고, 그에 맞춰 춤을 추었다. 


선생님들께서는 내가 많이 돕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서로 활발하게 대화하며 가사를 바꾸고 율동까지 지어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나 보다. 

다행히(?) 수업 후 협의회에서도 좋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리고 이 수업을 넘어 교육철학이나 교육방법에 대해서도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교육계에는 (적어도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서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에 대해 건강한 질문을 던지는 것.

그것 역시 교사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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